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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칼럼] 자녀에게 건네는 첫마디

동물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보호자 유형이 두 가지로 나뉜다는 걸 알게 됐다. "왜 이런 건가요? 뭐가 잘못된 건가요? "라고 묻는 보호자와, "그냥 빨리 낫게 해주세요"라고만 하는 보호자. 결과는 분명히 달랐다.

[교육칼럼] 자녀에게 건네는 첫마디

박근필 수의사·칼럼니스트

동물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보호자 유형이 두 가지로 나뉜다는 걸 알게 됐다. "왜 이런 건가요? 뭐가 잘못된 건가요?"라고 묻는 보호자와, "그냥 빨리 낫게 해주세요"라고만 하는 보호자. 결과는 분명히 달랐다. 질문하는 보호자가 치료 과정을 훨씬 깊이 이해했고 함께 치료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이렇듯 어떤 질문을 하느냐는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사이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가장 먼저 어떤 말을 건네는가. 아마 대부분의 부모는 이렇게 묻는다. "오늘 뭐 배웠어?" "시험은 잘 봤어?" "숙제 다 했어?" 나쁜 질문이 아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질문들은 모두 아이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배운 내용, 점수, 완료 여부. 우리가 무심코 묻는 말들이 아이에게 이미 정답을 향해 달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교육심리학자 벤자민 블룸(Benjamin Bloom)은 사고의 복잡성에 따라 질문을 6단계로 분류했다. 단순한 사실을 묻는 '기억' 수준에서 시작해, 이해·적용·분석·평가·창조로 올라갈수록 더 깊은 사고가 요구된다. 낮은 수준의 질문을 반복해서 받은 아이는 '맞는 답 빠르게 찾기'에 익숙해지기 쉽고, 높은 수준의 질문을 자주 경험한 아이는 스스로 생각을 조직하고 표현하는 힘이 커진다. 집에서 부모가 어떤 수준의 질문을 던지느냐 역시 아이의 사고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정답 경쟁에서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다. AI는 이미 우리보다 몇백 배 빠르게 답을 찾는다. 하지만 좋은 질문만큼은 AI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 질문 수준이 낮으면 돌아오는 답도 낮다. 결국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그 아이의 사고 수준을 드러내며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예컨대 "남자하고 여자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요?"라고 묻는 것과 "남자와 여자는 왜 힘의 세기가 달라요?"라고 묻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답이 목적인 질문이고, 후자는 탐구가 시작되는 질문이다. 구체적이고 깊이 파고든 질문일수록 좋다. 같은 주제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생각이 향하는 곳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가 집에 왔을 때 한 가지만 바꿔보자. "수업 열심히 들었어?" 대신 "오늘 가장 궁금했던 게 뭐야?" 처음엔 아이도 어색해할 수 있다. 그동안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 습관이 쌓이면 아이에게 질문 근육이 생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 한 줄 쓰기"를 함께 해봐도 좋다. 작은 루틴이 쌓여 아이의 생각하는 힘이 달라진다.

아이에게 정답을 잘 찾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좋은 질문을 만드는 법을 먼저 알게 해줘야 한다. 그 시작은 거창한 교육법이 아니다. 하교 후 부모가 묻는 말 한마디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오늘 집에 온 자녀에게 건넨 첫마디는 무엇이었는가.

■ 박근필 수의사·작가 약력

-박근필성장연구소 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베스트셀러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비롯 저서 4권 출간

-부산시청 주최 공무원 대상 특강 외 다수 출강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키즈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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