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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과서 너머 강원 독립운동가의 삶…후손과 마주 앉은 청소년들

하얼빈으로 독립자금을 보내다 일경에 발각된 독립운동가 임시헌 지사는 작두로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이 잘리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광복을 맞아 출옥했지만, 상처에서는 오랫동안 고름이 멎지 않았다.

교과서 너머 강원 독립운동가의 삶…후손과 마주 앉은 청소년들

▲ 광복절을 앞두고 24일 강원광복기념관에서 열린 ‘우리가 잇는 빛’ 행사에서 독립유공자 임시헌 지사의 후손 임준규 씨가 강원지역 청소년들에게 선열의 삶과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안현 기자

▲ 월드비전 춘천종합사회복지관은 24일 강원광복기념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꿈디자이너 여름특별활동 ‘우리가 잇는 빛’을 진행했다.

하얼빈으로 독립자금을 보내다 일경에 발각된 독립운동가 임시헌 지사는 작두로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이 잘리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광복을 맞아 출옥했지만, 상처에서는 오랫동안 고름이 멎지 않았다. 아버지의 외모 탓에 놀림을 받았던 아들 임준규 씨는 어린 마음에 차라리 부친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청소년들이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마주 앉아 교과서 너머의 역사를 들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직접 털어놓은 고백에 학생들의 표정은 이내 숙연해졌다.

월드비전 춘천종합사회복지관은 24일 강원광복기념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꿈디자이너 여름특별활동 ‘우리가 잇는 빛’을 진행했다. 광복회 강원도지부의 협조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이종국·임시헌·안이순·윤명종·조두환·조규홍·모재명 지사의 후손들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직접 준비한 질문을 건네며 선열의 활동과 광복 이후 가족들의 삶을 들었다.

임시헌(1911~1975) 지사는 1938년 비밀결사 ‘준향계’를, 이듬해 ‘창유계’를 조직해 활동하다 1943년 체포됐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입은 상처와 병마는 광복 이후에도 가족의 가난과 고통으로 이어졌다.

“가난 속에서 살길은 공부뿐”이라고 여겼던 임준규 씨는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군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사실만으로 깊은 존경과 예우를 보내는 모습을 접하며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임씨는 “선열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고통을 감수했다”며 “어린 시절 부친을 원망했던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래세대와 마주 앉아 선열의 삶을 전할 기회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무장독립단체 ‘장총단’에서 동생 안귀봉·안삼순 지사와 함께 활동한 안이순(1889~1955) 지사의 손자 안승헌 씨도 독립운동의 여파가 후대까지 이어진 삶을 증언했다. 안 지사는 1927년 체포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6년 9개월여간 옥고를 치렀다.

안씨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일제 교육을 거부하면서 아버지도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줄어든 어려움이 후대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살 때라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초가집 사랑방 문턱에서 할아버지가 나를 끌어안아 주시던 모습과 옥고로 뼈만 남은 듯 앙상했던 몸은 또렷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양양 만세운동을 이끌고 징역 1년 2개월의 옥고를 치른 이종국(1876~1940) 지사의 증손 이건찬 씨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중학생 여러분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며 “이 시간이 울컥할 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서훈되고도 후손에게 전달되지 못한 훈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해졌다. 이찬해 광복회 강원도지부 사무국장은 “강원지역 독립유공자 715명 가운데 300여 명은 아직 후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 당시 신분을 감추고 비밀리에 활동해 가족에게조차 행적을 알리지 못했거나 미혼으로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후손이 자신의 선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날 참여 학생들은 후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직접 쓴 편지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임마누엘 학생은 “당시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을지 생각해봤다”며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과 후손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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