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년, 다시 하나가 되어 미래로
고욱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장
2026년 08월 12일(수) 22:00
올해 우리는 광복 81주년을 맞는다. 여든 한 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광복은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되묻게 하는 살아 있는 역사이며 앞으로 어떤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지를 묻는 엄숙한 질문이다.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수많은 선열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조국의 내일을 먼저 생각했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고 가족과 고향을 뒤로한 채 만주와 연해주, 중국 대륙을 떠돌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이 있었다. 그분들이 끝내 놓지 않았던 것은 단 하나, 대한민국은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는 믿음이었다.
광주와 전남은 그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구한말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남도의 의병들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1929년 광주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항일 함성은 전국으로 번져 일제의 폭압에 맞선 거대한 민족운동이 되었다. 평범한 학생들이 교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침묵이 결국 나라의 침묵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 불의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광주와 전남이 지켜온 정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광복 81주년을 맞는 올해는 우리에게 더욱 특별하다. 오랫동안 한 뿌리이면서 행정구역의 경계로 나뉘어 있던 광주와 전남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다시 하나의 미래를 향해 출발했기 때문이다.
통합은 단순히 두 행정구역을 합치는 게 아니라 광주와 전남이 가진 역사와 산업, 문화와 사람, 도시와 농어촌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더 큰 미래를 만들어내는 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 서 있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고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합특별시의 출범은 단순한 행정개편을 넘어 지역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광주의 첨단산업과 인재, 전남의 에너지와 농수산·해양자원 그리고 두 지역이 함께 가진 문화와 관광자원을 하나의 성장축으로 묶는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더 큰 도시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품격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통합의 궁극적인 목적이어야 한다.
광복도 마찬가지였다. 1945년 8월 15일 우리가 되찾고자 했던 것은 단지 영토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되찾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광복의 정신과 오늘의 지역통합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선열들이 나라의 경계를 되찾았다면 오늘의 우리는 지역의 낡은 경계를 넘어 새로운 번영의 길을 열어야 한다. 선열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오늘을 내놓았다면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익숙한 이해관계와 작은 차이를 넘어설 용기가 필요하다. 통합 과정에서 지역과 세대, 계층 간의 이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은 천 년을 함께 살아온 이웃이며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온 공동체다.
통합의 성공 여부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함께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묻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다. 광복 81주년의 태극기를 바라보며 다시 생각한다. 81년 전 선열들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은 완성된 나라가 아니었다. 그 꿈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우리가 계속 완성해 가야 할 약속이었다.
이제 전남과 광주도 새로운 역사의 첫 장을 연다. 남도의병이 목숨으로 지킨 나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청년들이 외쳤던 자유의 나라, 수많은 선열들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했던 조국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미래를 시작하고 있다.
광복은 우리에게 나라를 되찾아 주었다. 이제 우리는 그 나라 안에서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광복 81년. 선열들이 절망 속에서도 조국의 내일을 믿었듯이 우리도 광주와 전남의 더 큰 내일을 믿자. 역사는 결국 경계를 지킨 사람들만이 아니라 때로는 더 큰 미래를 위해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쓰여 왔다.
전남과 광주가 다시 하나가 되어 내딛는 오늘의 첫걸음이 먼 훗날 후손들에게 “남도의 새로운 백 년을 연 위대한 출발이었다”고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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