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록적인 실적을 내놨다. [사진=삼성전자]
대한민국 기업사(史)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파고를 타고 다시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사상 유례없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 이익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반도체 호황이 단순한 회복을 넘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무려 755% 급증한 수치다. 단 한 분기 만에 거둔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43조 6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치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애플과 엔비디아에 이어 세 번째(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 제외)로 높은 기록이다.
실적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대에 머물며 부진의 늪에 빠졌던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기업이 돼야만 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43%에 달한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430원을 남길 정도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는 뜻이다. AI 학습 및 추론에 필수적인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서버용 D램 수요가 폭발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결과다.
삼성전자 2026년 1분기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기술력 논란을 잠재운 것이 주효했다. 5세대 HBM인 HBM3E에서 경쟁사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6세대인 HBM4에서 가장 먼저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하며 기술 초격차를 재입증했다. 외신들이 “AI 반도체 전쟁에서 삼성이 완벽한 승기를 잡았다”고 평할 정도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갖춘 삼성만의 ‘원스톱 솔루션’ 역량이 슈퍼사이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바통은 SK하이닉스가 이어받을 전망이다. 오는 23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약 46조원, 영업이익 31조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분기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제기된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고부가 가치 제품을 성공적으로 공급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25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245조원)나 구글(240조원)의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수치로, 글로벌 영업이익 ‘Top 4’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170%, 낸드플래시가 190% 폭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산업이 과거의 단순 사이클에서 벗어나 ‘선수주·후생산’ 구조의 파운드리형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자료=구글 캡처]
중동 분쟁으로 인한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은 올해 정부 본예산의 40%가 넘는 금액을 기업 하나가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국가적 경제 파급효과가 막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안주할 때는 아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앞세워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고, 중국 역시 2030년 자급률 80%를 목표로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은 이제 단순한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돼야 돼, 민관이 2인 3각으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언제든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지금의 역대급 실적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과감한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 반도체가 다시 쓴 역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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