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지속으로 물가상승 압력 우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진=Freepik]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동사태' 지속에 따른 물가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경기둔화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7% 성장해 2020년 3분기 이후 약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약 0.9~1.0%)를 크게 웃도는는 수준이다. 특히 직전 분기 -0.2% 역성장에서 빠르게 반등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성장세는 뚜렷하다.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하며 직전 분기(1.6%)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시장 전망치(2.7%) 역시 크게 웃돌았다.
이번 '깜짝 성장'의 배경에는 수출과 투자가 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은 전분기 대비 5.1%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4.8% 증가하며 성장률을 견인했다. 민간소비도 0.5% 증가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실제로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50%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출과 투자 중심의 회복 흐름은 한국 경제의 체력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주도 성장 구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가장 큰 변수는 중동 정세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지역 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4.1% 상승해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석탄·석유 제품 가격은 무려 31.9% 급등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100)로 전월 대비 1.6%,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2022년 4월 1.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23년 2월 4.8% 이후 가장 높았다.
문제는 한국 경제 구조상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상승이 곧바로 국내 물가와 생산비 부담으로 전이된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소비와 투자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0.5%에 그친 점은 회복세가 아직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고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하며 중동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연간 성장률이 0.5%포인트(p)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시장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고, 이는 다시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 역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현재 한국 경제는 '강한 반등과 불안 요인이 공존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1분기 1.7% 성장이라는 성과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이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에 크게 의존한 결과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특히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준(準)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경기 흐름의 분수령은 결국 대외 변수에 달려 있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에너지 가격이 진정될 경우 현재의 성장 모멘텀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갈등이 장기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과 내수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경기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1분기 '깜짝 성장'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회복 국면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대외 충격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캐스트]
Ta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