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난 8월, 충격적인 기사 제목을 보았다. 서울시가 개최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관한 기사에서다. 지방으로 이주하는 것을 ‘21세기 고려장’이라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비판하면서 한 참석자가 한 말이다. “은퇴 후 소득 없는 고령자가 집 팔고 지방 가는 21세기 고려장”이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의견인 것으로 축소 이해할 수 있지만, 몇몇 신문이 크고 작은 제목으로 활자화한 순간, 서울 사람들의 일반적 생각으로 알려지는 셈이 되었다.
부동산과 세제에 대한 정책 논의를 떠나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장’의 수준으로 평가하는 의식에 대해 지방 거주자로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집중화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양극화를 가져왔다. 지방을 아래로 깔고 보는 전통은 조선시대 이래로 지속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귀경천향(貴京賤鄕)이란 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고려시대에는 전라도 사람을 등용하지 말라는 것, 조선 초기에는 서북 사람을 등용하지 않는 지침이 지방 천시 풍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인사를 바르게 판결한 판사를 울산으로 발령 냈을 때, 일제히 지방 좌천이라고 법원을 규탄한 일이 있다. 지방 균형 발전을 말하는 민주화 운동과는 다른 행동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에는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관습 헌법에 위반된다는 해괴한 판결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청와대 세종 집무실 추진도 그때처럼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다. 모든 국가 주요 시설도 수도권에 존치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김포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할 때, 당시 항공우주연구소는 1순위로 새만금공항을 추천했으나 정부 자체에서 폐기했고, 2순위로 올린 청주공항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서울 여론에 밀려 수도권인 영종도 공항으로 건설하게 된 것이다. 또 이런 예도 있다. 용인 반도체 공장을 추진할 때, 물과 전기를 걱정하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호남 반도체에 대해서는 물과 전기를 염려하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것도 지방 차별 현상이라고 본다. 정부는 2차 행정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 예정인 기관의 직원들은 자기가 소속하는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퇴직하겠다고 시위한다고 한다. 최근 경찰 수사 관련 문제를 분석하는 한 기사는 서울 경찰과 지방경찰의 수사 능력이 다르다는 식의 분석을 한다. 모두가 너무 심한 갈라치기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이등 시민 취급하는 서울 집중 현상은 한마디로 나라가 망할 수 있는 길이다. 외국의 전문가들 가운데는 한국을 일종의 도시국가로 취급하는 분석을 한다고 한다. 싱가폴과 같은 형태의 국가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 민국이란 말로 자조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맥락이 같다. 한때, 이런 사람들도 있었다. 차별에 한 맺힌 사람들이 한 말이다. 차라리 전라 공화국으로 독립하자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런 말까지 했겠는가?
지방 거주민의 견지에서 본다. 서울 집 한 채 팔아서 지방에서 집사고, 남은 돈으로는 평생을 넉넉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말에 대해서 서울 사람들은 말한다. 지방에서는 서울에서 맺은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고, 문화생활을 할 수 없으며 의료 환경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누리그물, 누리소통망(에스엔에스)을 이용해 전 세계가 동시에 소통하는 시대다.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문화생활도 그렇다. 서울 사람들은 대부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일류 공연단의 공연을 모두 보고 사는 것은 아니다. 지방 도시에서도 웬만한 수중의 공연과 전시회는 계속 열린다. 병원도 그렇다. 감기 걸렸다고 모든 사람이 서울대학병원에 가지는 않는다. 지방도 건강을 돌보는 병원, 일정한 의료 수준을 가진 병원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 정책 이전에 온 국민의 의식 혁명이 필요하다. 지방도 사람 사는 곳이다.
/김도종 •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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