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경인아고라] 권력의 운동법칙

소설 삼국지의 변곡점은 ‘적벽대전’이다. 천하통일을 꿈꾸던 조조가 유비와 손권 연합군에 패한 내전이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삼국시대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정적 국면의 주인공은 제갈량이다.

[경인아고라] 권력의 운동법칙

유비의 가치추구 리더십과 달리

조조는 난세의 간웅 ‘이익추구형’

정치 속성 ‘뉴턴 운동법칙’ 대입

멈춤 어려워… 위정자가 새길 일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소설 삼국지의 변곡점은 ‘적벽대전’이다. 천하통일을 꿈꾸던 조조가 유비와 손권 연합군에 패한 내전이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삼국시대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정적 국면의 주인공은 제갈량이다. 안개를 틈타 화살 10만개를 확보하고, 동남풍을 빌어 조조의 수군을 불태우는 장면에 독자들은 열광한다. 혹자는 달아나던 조조가 화용도에서 관우를 만나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에 탄성을 지른다. 관우를 포로로 잡았다가 오관참장에도 놓아준 조조 아닌가. 인생사 새옹지마이다.

우리네 판소리 ‘적벽가’는 사뭇 관점이 다르다. 삼국지가 정치 엘리트들의 끝없는 권력투쟁과 그 무상함을 그렸다면 적벽가는 그들만의 정쟁에 신음하는 민초들의 인생무상 이야기이다.

이를 ‘군사설움타령’이 생생하게 묘사한다. 부모와 아내와 자식 생각에 군사들 가슴은 찢어진다. 권력의 야욕과 폭력에 무너진 가정과 일생이 무너진 거다. 자진모리 장단의 ‘죽고타령’에서는 무수한 군사들이 하릴없이 죽는다. 앉아 죽고 서서 죽고 웃다 울고 죽고 애써 죽고 무단히 죽고 실없이 죽는다. 백만 군사가 30여 가지 방식으로 몰사한다. 대하 스토리 삼국지의 도입부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도원결의 주인공 유비는 요즘 분류로 치면 가치추구 리더이다. 무너지는 한나라 왕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복숭아밭에서 관우 장비와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의형제를 맺는다. 삼고초려로 모셔온 제갈량과 헌 칼 잘 쓰는 조자룡까지 가치집단이라 볼 수 있겠다.

반면 조조는 이익추구 리더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천하를 버릴 수 있다. 그를 일컬어 난세의 간웅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역적 동탁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달아나던 조조가 진궁에게 붙잡힌다. 하늘이 낸 인물이라서 그랬을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진궁이 조조를 풀어주면서 함께 달아난다. 이들은 조조 아버지의 의형제인 여백사를 찾아간다. 여백사가 술을 사러 나간 사이 안줏감으로 돼지를 잡던 하인들을 죽인다. 칼 가는 소리에 자신을 살해하려는 것으로 오해한 거다. 의심 많은 조조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조는 술을 사서 귀가하는 여백사도 후환을 없애려 죽인다. 실망한 진궁에게 조조는 말한다.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 사람들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 않겠다.”

조조를 따르는 신하들은 한나라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든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고 천하 대의는 후순위이다. 조조의 아들 조비가 위나라의 초대 황제에 등극한다. 당연히 이익추구 집단 멤버들도 감투를 챙겼을 터이다. 하지만 위나라도 조조의 심복이자 기회주의 리더 사마의에게 당한다. 조조의 손자 조환에 이르러 망한다. 대신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천하를 얻는다. 이것이 위진남북조시대의 서막이다. 유비가 꿈꿨던 가치의 구현도 조조가 추구했던 이익의 실현도 덧없는 일장춘몽으로 스러졌다. 그렇다고 기회 포착의 달인 사마씨의 진나라가 오래갔던 것도 아니다. 천하통일 24년만에 흉노 등 북방 민족의 침입으로 멸망한다. 끝없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중국이 외적의 침입 한 방에 무너진 것이다. 어쩐지 먼 옛날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다. 권력과 암은 닮았다. 끝없는 증식이 목표이다. 외부에 대한 영향력이 아니라 내부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가장 위험한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자라는 것처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주인공은 “총알이 신념을 뚫을 수 없다”고 했다. 자유를 억압하는 철권통치가 민중의 민주주의 신념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거다. 그는 압제자를 처치하며 “너를 찌른 것은 내 칼이 아니라 너의 과거”라고 말한다. 윤석열도 시민의 민주주의 신념 앞에 무릎 꿇었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찌른 셈이다.

정치권력의 속성을 뉴턴의 운동법칙에 대입해 보자. 권력을 움직이는 힘은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일단 멈춤이 어렵다. 오히려 가속도 법칙으로 내달린다. 하지만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 브레이크 없는 권력이 파국을 맞는 원리이다. 위정자들이 새길 일이다. 물론 이 또한 상대성 원리가 적용되겠지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