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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스트하우스·피부과 늘고 술집·PC방 줄었다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 저녁 시간대임에도 행인이 많지 않고 식당 등도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다. 김은비 기자.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 저녁 시간대임에도 행인이 많지 않고 식당 등도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다. 김은비 기자.

26일 저녁 서울 신촌 대학가. 저녁 시간이 한창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백화점 맞은편 대로변의 목 좋은 자리에도 ‘임대’ 안내가 붙은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골목에는 고깃집과 호프집 등 오랫동안 대학가를 지켜온 식당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빈 테이블이 많았고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다.

같은 시간 인근 홍대 거리는 딴판이었다. 지하철역에서부터 국내외 관광객과 젊은 층으로 붐볐다. 버스킹 공연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렸고 식당 사이로 문구·팬시 편집숍과 캐릭터숍, 체험형 매장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물건을 고르거나 사진을 찍는 방문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젊은 층의 소비가 외식·유흥에서 취향·경험과 건강·자기관리로 다변화하면서 서울 상권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30일 국세청과 서울시 등의 관련 통계를 종합하면 서울의 전체 사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종과 지역별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광객과 젊은 소비층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숙박·외국음식·의료·뷰티 업종이 성장한 반면 외부 소비층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는 음식·유흥·오락 업종이 줄었다. 새로운 소비 수요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상권의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신촌과 홍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를 보면 올해 1분기 홍대입구역 상권 매출은 약 150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 늘었지만 신촌·이대 상권은 약 1128억 원으로 2.7% 줄었다. 외식업 매출도 홍대는 2.2% 증가한 반면 신촌·이대는 6.8% 감소했다. 관광과 체험 수요를 흡수한 홍대와 대학생 중심의 전통적 소비에 상대적으로 의존해온 신촌·이대의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업종 변화는 더 선명하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사업자는 1년 전보다 1.19% 늘었다. 펜션·게스트하우스는 40% 넘게 급증한 반면 간이주점과 호프주점, 분식점은 감소했다. 피부·비뇨기과 의원과 피부관리업, 스포츠교육기관 등 건강·자기관리 업종은 늘었고 PC방과 노래방, 당구장 등 전통적인 여가 업종은 줄었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했다. 종로구에서는 펜션·게스트하우스가 58.21%, 강남구에서는 피부·비뇨기과 의원이 14.76% 늘었다. 동대문구에서도 외국식음식점과 사진촬영업이 증가했다. 반면 은평·강북·노원 등에서는 전체 사업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간이주점과 호프주점, 분식점 등 기존 생활밀착형 업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상권 재편을 이끄는 한 축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83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증가했다. 카드 소비액은 58.7% 늘어난 6조 688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광객 증가보다 소비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던 셈이다.

씀씀이도 달라졌다. 외국인 카드 소비에서 쇼핑이 4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의료·웰니스가 24.4%, 식음료가 13.1%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의료관광과 일반외식업 소비액은 각각 63.9%, 56.4% 급증했다. 쇼핑 중심이던 관광 소비가 의료·뷰티와 미식 등으로 확장되면서 관련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층의 소비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외식·유흥이나 오락에 집중됐던 여가 소비가 운동·건강·뷰티와 취향·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러닝 전문매장 이용 건수와 이용금액은 2년 전보다 각각 203%, 216% 증가했고 피부과 100만 원 이상 결제 건수도 31.2% 늘었다. 성동구와 마포구에서는 PC방·호프주점이 줄어드는 반면 장난감가게와 피부관리업 등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결국 달라진 소비 수요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상권의 성장 격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이나 공공배달 지원 등 일률적인 소비 진작책만으로는 달라진 소비 흐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의료·뷰티 등 새롭게 커지는 소비 수요를 주변 상권으로 확산하고,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권으로 외부 수요를 끌어들이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역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이는 맞춤형 전략이 중요하다”며 “노포나 전통시장에도 지역만의 이야기를 입혀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별 인구 구성과 소비 수요에 따라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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