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한호성 유성선병원 신경과 전문의 박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9.25%로, 고령층 약 10명 중 1명 가까이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과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키우는 질환인 만큼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를 짚어본다.
치매 초기 증상은 건망증과 비슷해 가볍게 넘기기 쉽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치매는 기억력 저하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반적인 건망증은 힌트를 들으면 다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치매는 최근 일을 반복해서 묻거나,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고, 날짜나 장소를 혼동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감정 기복이 커지거나 성격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치매 유형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의 약 65%를 차지하며 최근 기억부터 서서히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과 관련돼 발생하며, 인지기능 저하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언어장애, 운동능력 저하, 감정 변화가 함께 올 수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치매의 유전적 영향은 일부에 그치지만, 부모 중 치매 병력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유전자 검사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
자가 점검 항목으로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 사람 이름이나 약속을 자주 잊는 경우, 날짜와 시간 개념이 흐려지는 경우,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는 경우,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노화로만 여기지 말고 정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치매 진단에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과 심리 상태를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가 우선 시행된다. 필요하면 MRI 기반 뇌영상 검사, 아밀로이드 PET-CT, AI 기반 뇌영상 분석 등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더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질환 진행을 늦추는 치료도 가능해지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치매는 완치보다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핵심이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사회활동, 충분한 수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는 뇌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작은 기억 변화라도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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