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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개정 상법에 ‘살얼음판’…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 5 [스페셜 리포트]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보유 자사주 1억543만주 가운데 87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3월 10일 종가 기준 1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자사주 약 1798만주 중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를 제외한 약...

개정 상법에 ‘살얼음판’…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 5 [스페셜 리포트]

2026년 기업 주주총회에선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슈가 쏟아질 전망이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해온 상법 개정이 현실화되자, 기업들은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상법 개정의 핵심 축인 ‘3% 룰(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3%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동시에 적용받는 대기업 상장사일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엔 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으며,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밸류업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선 개정 상법을 등에 업은 행동주의펀드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이사회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한미약품 등 경영권 분쟁에 내몰린 기업 주총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2026년 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정리해봤다.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측 공방이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조원들과 관계자들이 주총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관전 포인트1] 행동주의펀드 공습

팰리서캐피털 공세에 LG화학 ‘덜덜’

최근 수년간 지속된 행동주의펀드의 공세는 올해 주총 핫이슈로 떠올랐다. 단순히 배당 증액 등 주주환원을 압박했던 과거와 달리, 정관 변경부터 이사 후보자 추천을 통한 이사회 진입까지 공세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은 최근 LG화학을 상대로 권고적 주주제안, 선임독립이사 제도 등 지배구조 개편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표결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결의다. 권고적 주주제안이 도입되면 회사 지배구조, 임원 보상·주주환원 정책 등을 주총 목적사항으로 삼을 것을 제안할 수 있다. 팰리서캐피털은 LG화학 지분 0.67%를 보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서캐피털은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결될 경우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의 분기별 공개 ▲경영진 주식연계보상 도입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안건을 제의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며 실질적인 독립성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선임독립이사 제도 도입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 DB손해보험에 주주제안을 던졌다. 각각 2인의 분리 선출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코웨이에는 감사위원회 전원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까지 독립이사에 맡기라는 파격적인 요구까지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KCC에 삼성물산 지분 유동화,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태광산업에는 자진 상장폐지와 선임독립이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거버넌스 개편을 압박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지주를 정조준했다. 매년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외이사에게 BNK금융 주식 3000주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법 개정이 현실화되자 행동주의펀드들이 이때다 싶어 각종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라며 “행동주의펀드 요구 사항이 다양해지며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관전 포인트 2]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한미약품 ‘살얼음판’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기업들 주총도 주목을 끈다. 주총을 앞두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측 공방이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KZ정밀(옛 영풍정밀)은 영풍 주총을 앞두고 영풍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제안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현물배당 근거 신설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등이다. 이와 함께 환경·안전 리스크를 이사회 차원에서 상시 감시할 수 있도록 ESG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KZ정밀은 영풍 보통주 68만590주(지분율 3.76%)를 보유한 주주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주제안이 영풍 경영진과 이사회를 겨냥한 견제장치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영풍 측에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KZ정밀 측은 “이번 주주제안은 지배주주와 경영진 감시·견제 기능 강화,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영풍의 기업가치와 신뢰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영풍도 KZ정밀과 최창규 회장, 이한성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 보유 주식을 양도해 탈법적인 상호주 관계 형성에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KZ정밀은 지난해 1월 보유 중이던 영풍 주식을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양도해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고,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이 무산됐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도 시계 제로의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이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올해 주총을 앞두고 또다시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은 2024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OCI그룹 통합 방안을 두고 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 아내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의 ‘모녀 측’, 아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갈등을 빚으며 촉발됐다. 당시 한미약품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 흑기사로 나섰다. 2024년 3월 주총에서 OCI 통합안을 부결시키고 임종훈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분쟁이 형제 측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신동국 회장이 그해 7월 모녀 측과 손잡은 뒤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4자 연합’을 결성해 국면을 반전시켰다. 이후 지난해 2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사임하고 송영숙 회장이 대표로 복귀해 경영권 분쟁이 4자 연합의 승리로 종결됐다. 지난해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외부 영입 인사인 김재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섰다.

한동안 평화로운 구도가 이어지는 듯 보였지만 올 들어 또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박재현 대표는 최근 신동국 회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경기 화성 팔탄공장 임원 성추행 징계 과정에서 신 회장이 가해자에게 조사 사실을 누설하고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 회장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신약 ‘로수젯(성분명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원료를 미검증된 중국산으로 바꾸려 해 품질 경영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징계 절차에 관여한 바 없으며, 오히려 박 대표가 연임을 위해 청탁하러온 자리의 대화가 왜곡된 채 녹취록에 공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영 간섭설에 대해서도 “대주주가 원료 수의 계약에 의존해온 경영진 잘못을 바로잡고 경쟁 입찰로 전환하기 위해 지주사 대표 승인을 받아 감사한 것일 뿐”이라며 “기업 발전과 전체 주주 이익을 위한 정당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미약품 임직원들이 최근 본사 로비에서 신 회장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여 시끌시끌하다. 송 회장까지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입장문을 내 대주주들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송 회장은 최근 입장문에서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해야 한다”며 “한미는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4자 연합이 균열을 넘어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박재현 대표를 비롯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미약품 이사 5명 선임을 두고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한미약품 이사회는 지난 3월 12일 박재현 대표를 교체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했다. 이사회는 박 대표를 포함해 임기가 끝나는 한미약품 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하고,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의결했다. 오는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황상연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경영권 갈등 국면에서 조직 안정과 지배구조 정비를 위해 외부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이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올해 주총을 앞두고 또다시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관전 포인트 3] 밸류업 현실로?

삼성·SK 이어 자사주 소각 바람 확산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보유 자사주 1억543만주 가운데 87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3월 10일 종가 기준 1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자사주 약 1798만주 중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를 제외한 약 1469만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소각 자사주 가치는 4조8000억원에 달한다. SK 관계자는 “5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은 투명하고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국내 자본 시장에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를 필두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 바람이 불면 주식 시장 밸류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주는 만큼 기존 주식 가치가 높아지고 주가 부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한편에선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사주는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재계는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전부터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전 포인트 4] ‘대주주’ 흔들린다

‘마지막 방어전’ 된 이번 주총

재계 안팎에서 올해 주총을 기업 거버넌스의 분기점으로 꼽는 이유는 분명하다. 올 하반기부터 개정 상법이 순차적으로 시행되면 내년 주총부터는 대주주 영향력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약받기 때문이다.

핵심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묶는 이른바 ‘3% 룰’,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지금까지는 대주주가 이사 선임 구조를 사실상 장악한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정하는 방식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감사 기능과 이사회 진입 통로 자체가 한층 독립적으로 설계된다. 재계가 이번 주총을 ‘마지막 방어전’으로 보는 배경이다.

대기업들은 정관 정비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한화오션·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들이 3월 주총에 앞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거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맞춰 관련 조문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개정 상법 취지를 선제 반영하는 조치다.

다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주주 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3% 룰’ 강화 규정 시행 시점은 오는 7월이다. 대주주가 3월 주총에서 강화된 의결권 제한을 피해 감사위원을 미리 확보하는 길이 아직 열려 있다. 감사위원회는 회계감사만 보는 조직이 아니다. 내부통제, 특수관계인 거래, 이사회 감시 기능까지 포괄하는 기구다. 감사위원회 독립성이 강화되면 총수 일가나 경영진이 추진하는 거래는 이전보다 더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제적으로 선임하려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3% 룰 강화는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강력한 내부 감시망을 구축하는 계기”라며 “이런 변화는 불투명한 내부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3% 룰 강화가 ‘권한 재배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가 이사직을 독식하는 구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장치”라고 짚었다.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후보가 감사위원회나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3% 룰이 전면 적용되면, 70~80%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도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3%의 의결권만 갖게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위임장 대결이 활성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사회 내 감사 기능의 실질적 독립성이 강화돼 경영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이사회 안에서의 법적 책임이 훨씬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주주’로 확대되며, 경영진은 주주총회 의사결정 때 총주주의 이익과 대우를 더 정교하게 따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병, 물적분할, 자사주 처분, 특수관계인 거래처럼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붙을 수 있는 안건마다 절차적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회의록 작성, 외부 자문, 공정성 검토, 이해상충 관리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진 이유다.

[관전 포인트 5] 이사회 변화 바람?

이사 수 줄여 집중투표제 효과 희석

상법 개정 충격이 대주주 의결권 약화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더 직접적인 변화는 ‘이사회 구조’ 자체에서 감지된다. 기업들은 한편에선 이사회 문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사회 얼굴을 바꾸고 있다. 임기를 조정하고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 통로를 좁히는 한편, 금융·산업 현장을 잘 아는 실무형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이사회 기능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이사 수 축소’와 ‘임기 분산’이다. 집중투표제에서는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 이사회 진입을 성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이 이사회 정원을 줄이고 임기를 늘리거나 ‘유연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3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사회 정원이 9명인 오뚜기 역시 7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했다. 삼성SDS는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꾸는 안건을 올렸다. 임기를 1~3년으로 유연하게 바꾼 셈이다.

겉으로는 안정적 의사결정이 명분이지만, 집중투표제 효과를 희석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우찬 교수는 “이사회 규모 축소, 임기 연장, 이사 후보 자격 요건 강화를 위한 정관 개정안은 일반주주의 주주제안권을 침해하려는 꼼수”라며 “주주들이 나서서 이러한 정관 개정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사회 인적 구성에서는 ‘현장형’과 ‘전문형’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재계 출신이나 기술 전문가 비중이 높아지고, 관료 출신 비중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올해 주주총회소집공고서를 제출한 157개사가 신규 추천한 사외이사는 87명이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재계 출신 비중은 2024년 17.6%에서 올해 31%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관료 출신은 31%에서 25.3%로 낮아지며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정책 대응형 이사회에서 경영·전문성 중심 이사회로 점차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금융지주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7개 은행계 금융지주 가운데 iM금융을 제외한 6곳이 새 사외이사 선임 등을 담은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정보기술 보안, 금융소비자 보호, 인공지능(AI), 현장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들이 새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일례로 신한금융(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과 JB금융(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은 오랜 기간 금융사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인물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선택했다.

정유신 교수는 “단순히 이사회 인원 수나 임기를 조정하는 외형적 변화를 넘어 CEO 승계나 자본 배분 등 핵심 이슈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관료나 법조인 중심에서 탈피해 IT, ESG, 재무 분야의 현장 전문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 경영 전문성을 보완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총, 이젠 설득의 무대로

‘슈퍼 주총 데이’ 관행부터 없애야

전문가들은 올해 주총을 한국 자본 시장이 ‘주주 중심 경영’으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로 본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권 보호 장치가 법제화된 만큼, 기업들이 형식적 통과 의례가 아닌 실질적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참에 주총 제도를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주총회의 형식적 운영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내 상장사 상당수가 특정 날짜에 주총을 집중적으로 개최하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 관행이 주주 참여를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우찬 교수는 “주총을 실질적인 거버넌스 장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집 공고 시점을 최소 4주 전으로 앞당기고 주총 개최일을 분산해야 한다”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과 주총 의장을 맡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투표 확대와 주주제안 제도 개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손꼽힌다. 법이 바뀌어도 정작 주주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면 주주제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정유신 교수는 “주주제안권 행사를 위한 지분율 문턱을 낮추고 주총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주총에서 경영진과 주주가 기업 비전을 제대로 공유하고 소통할 때 기업 거버넌스는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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