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과 노원구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한신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21일 5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난 17일 같은 면적 세입자가 3억3500만원에 계약을 갱신한 것보다 2억1500만원(64%) 더 높은 가격이었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보다 2억원 넘게 더 부담해야하는 셈이다.
서울 강북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다. 평균 매매가격도 처음 12억원을 돌파했다. 매매와 전세 모두 강남권보다 오름세가 가파르다.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새로 나오는 전세 매물이 사라진 영향이다.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추진으로 이주까지 본격화되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KB부동산의 10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북14개구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281만원이다. 전월(5억9943만원)보다 338만원 오르며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10.35% 올라 강남11개구(8.85%)보다 상승률이 1.5%포인트 높았다. 강남 평균 전셋값은 8억4178만원으로 지난 6월 처음 8억원을 넘었다.
다른 강북권 아파트 단지에서도 신규 계약 보증금이 갱신 계약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 넘게 높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10단지 전용 58㎡는 지난 23일 5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난 15일 갱신 계약(4억2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36%) 비싸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전용 50㎡도 지난 22일 3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난 16일 갱신 계약(3억1500만원)보다 7500만원(24%) 비싸다.
강북 전셋값이 강남보다 가파르게 오른 것은 전세 매물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350건으로 1년 전(2만4486건)보다 12.8% 줄었다. 강북에서는 동대문구가 912건에서 357건으로 60.9% 줄어 서울 전체에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중랑구(-45.0%), 도봉구(-43.8%), 노원구(-40.8%), 종로구(-33.7%)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를 꼽는다.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막히면서 새로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서다. 세금 부담에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세입자도 월세로 옮겨가면서 전세 매물이 월세로 돌아서는 경우도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주인이 집을 팔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빈집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아졌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매수자가 주택담보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예를 들어 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집이라도 ‘세 낀 매물’은 1억원까지밖에 못 받는다”며 “최대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매도자가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실로 만든 뒤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까지 본격화되면 전셋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말 기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멸실 예정 가구는 4만8249가구(66곳)다. 2~3년 안에 5만가구 가까운 이주 수요가 생긴다는 뜻이다.
남 연구원은 “월세화는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세의 월세화와 토지거래허가제가 이어지면 임차 매물은 계속 줄고 전셋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북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전월보다 828만원 오르며 12억194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11.96% 올라 강남(6.46%)의 2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 평균 매매가격은 20억1961만원으로 지난 9월 처음 20억원을 넘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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