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6일 구축함 강건호 취역기념식이 열린 원산항에 요트를 타고 도착해 부인 리설주 여사, 딸 주애와 함께 배에서 내리며 해군 지휘관들의 경례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름 별장이 있는 원산 해안에서 길이 80m에 이르는 호화 선박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이날 “올해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원산 해안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며 “선박 갑판에는 길이 50m의 수영장과 한쪽 끝에 여러 개의 워터슬라이드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은 수개월간 정비시설에 머물다 7월 초 원산 갈마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김 위원장 일가가 이용하는 대규모 별장이 있는 해안 휴양지와 가깝다.
이 선박 외에도 길이 50m, 55m, 60m인 대형 선박 3척이 김 위원장의 별장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길이 50m와 55m인 선박은 지난 8월 말까지 원산 인근 대도와 신도 주변을 오갔으며, 길이 60m인 선박은 지난주까지도 김 위원장의 원산 별장 인근에서 관측됐다. 선박들의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BBC는 비슷한 규모의 호화 요트 가격이 1억 달러(약 1340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5월 25일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이 강원도 지역에 새로 완공된 고암~답촌 철로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요트를 타고 새로 건설된 철교를 바라보는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위성사진에는 길이 50m인 선박 옆에 소형 선박 4척이 함께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소형 선박들은 대형 선박으로 사람과 연료, 물자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도와 신도 같은 작은 섬들은 외부의 시선을 피해 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외딴 해상 휴양지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북한 전직 관료와 탈북민, 전문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당 선박들이 사실상 김 위원장 일가의 전용 선박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외화 조달·관리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기관에서 간부로 근무했던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BBC에 “겨울에는 조선소에 보관하다가 여름이 되면 김 위원장의 별장이나 갈마 지역으로 옮겨 수영과 휴양에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지낸 곳으로 알려진 원산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부터 김씨 일가의 휴양지로 이용돼 왔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김정일 당시 위원장이 이용하던 관저를 13년간 경호했던 한 탈북민도 BBC에 “원산 일대의 별장들은 북한 엘리트층의 휴양지로 사용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 대조를 이룬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북한 정권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40%는 영양 부족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 주민 대다수에게 휴가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사치”라고 전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의 휴가를 직접 보도하기보다 현지지도나 시찰 활동으로 포장해 선전한다. 리 대표는 BBC에 “김정은은 ‘인민의 지도자’여야 한다”며 “일반 주민들은 하루 한 끼를 먹는 것조차 힘겨워하는데 김정은은 이런 호화 선박을 네 척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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