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한국 병원 간호 현장 AI 도입 실태' 분석
"현장서 확인된 문제 바탕으로 한 기술 설계가 성공 조건"
간호 업무에 도입된 인공지능(AI) 기술 종류에 따라 간호 현장의 평가도 엇갈렸다(청년의사 with Genspark).
간호 업무에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기술 종류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로봇이나 장비 위치추적 시스템(RTLS)처럼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AI는 간호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 낙상 예측 AI와 욕창 판독 AI 등 임상 판단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오류와 추가 확인 부담으로 현장 신뢰를 얻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국회도서관은 지난 14일 발행된 '금주의 보고서'에 게재한 국제노동기구(ILO)의 ‘대한민국 간호 분야의 인공지능(AI) 도입과 과제(Nursing and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Republic of Korea)’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ILO가 지난달 발표한 이 보고서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간호사 인터뷰와 현장 관찰 등을 통해 AI가 실제 간호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 현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술은 물류 로봇 ‘매직카트(Magic Cart)’와 장비 위치추적 시스템(RTLS)이었다. 이들 시스템은 병동 내 물품 재고 확인이나 의료장비 탐색처럼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였다.
비뇨기과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예전에는 간호사들이 저녁마다 들어온 물품 수량이 맞는지, 필요한 물품이 제대로 왔는지 모두 직접 확인해야 했다”며 “지금은 전 과정이 시스템화돼 물류업체가 담당하게 됐고 업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RTLS 역시 의료장비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특히 RTLS 장비 추적 시스템 도입으로 장비를 찾기 위해 1~2시간 일찍 출근하던 관행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간호사 B씨는 “예전에는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야 했지만 이 기술 덕분에 해당 업무가 크게 줄어 이제는 정시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반면 낙상 예측 AI와 욕창 판독 AI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낙상 위험 예측 시스템(CDSS)은 환자의 연령과 약물, 이동성, 인지 상태 등을 바탕으로 위험도를 계산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행동 변수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활병동 간호사 C씨는 “우리는 낙상 위험 수치보다 환자나 보호자를 직접 겪으면서 쌓인 경험을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간호사 D씨 역시 “처음에는 시스템 결과가 의문스러우면 담당 부서에 문의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시스템이 지시하는 대로 하게 됐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신뢰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욕창 판독 AI 역시 일부 병동에서는 도움이 됐지만 정확도 문제를 드러냈다. 보고서는 “장기간 누워 있는 환자를 많이 돌보는 병동에서는 조명 밝기에 따라 판독 정확도가 달라져 추가 업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간호사들은 사진 촬영과 업로드, 결과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직접 판단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한국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짚었다. 한국은 병원 디지털화와 AI 도입 속도는 빠르지만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많고 노동 강도와 이직률도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면허 간호사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5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2%보다 낮았다. 매년 약 1만2,000명의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성공적인 AI 도입의 핵심 조건으로 ‘현장 참여’를 제시했다. 매직카트 시스템의 경우 병동과 IT·물류·구매 부서가 수개월간 반복적인 협의를 진행하며 현장 요구를 반영해 만족을 이끌어냈다. 디지털전환(DX) 담당자 E씨는 “사전 회의와 요구사항 수집, 1·2·3·4차 설계 수정 과정에서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실제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를 바탕으로 기술을 설계하는 것이 성공적인 자동화의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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