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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천대 장세용 교수, 세계 태권도본부 국기원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AI와 데이터가 산업과 학문을 동시에 바꾸고 있는 시대에서 스포츠 역시 과학적 근거와 연구의 축적 위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지금 태권도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태권도의 미래에 대한...

가천대 장세용 교수, 세계 태권도본부 국기원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태권도의 기준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

장세용 교수(가천대학교 체육학부 태권도전공 주임교수).

국기원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국기원은 세계태권도본부다. 승품·단 심사를 운영하고 단증을 발급하며 지도자 연수와 교육 사업을 수행한다. 세계 태권도의 기준을 관리하고 보급을 지원하는 여러 행정적 역할도 맡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기능이 있다.

연구다.

세계태권도본부라는 이름은 단순한 행정 기관을 의미하지 않는다. 태권도의 기준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준과 방향은 결국 연구를 통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국기원에는 연구소가 있고 등재 학술지도 발간되고 있으며 연수원도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연구 사업도 진행되어 왔다. 겉으로 보면 연구 기반은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그 기반만큼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많은 연구들 가운데 태권도에 남아 있는 연구는 무엇인가.

연구는 많았다. 그러나 축적되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졌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체계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태권도를 설명하는 기준으로 남은 연구도 많지 않다. 손에 쥐고 있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많은 연구들이 흩어져 버린 측면도 없지 않다.

이 문제는 결국 현장에서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태권도는 어떤 운동인가.

축구나 줄넘기, 주짓수와 같은 운동과 비교했을 때 어떤 운동 효과를 가지는가. 태권도를 한 시간 수련하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심폐지구력인가, 순발력인가, 근지구력인가.

품새 역시 마찬가지다. 태극 3장이 태극 2장보다, 태백품새가 금강이나 고려품새보다 높은 단계의 품새로 구성되어 있는 이유를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그 품새를 구성하는 기술 난도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 난도는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가.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품새를 어느 정도 반복하면 줄넘기를 한 시간 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칼로리가 소모되는가. 겨루기 훈련을 일정 시간 지속했을 때 심폐지구력이나 근지구력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가.

이 질문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태권도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질문들이다. 지도자들이 학부모에게 태권도의 가치를 설명할 때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태권도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장 활성화 역시 같은 문제와 연결된다. 국기원에서는 도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태권도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장을 살리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설득이다.

그리고 설득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부모나 수련생에게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태권도를 하면 이러한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 수련은 이런 운동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이 가능하려면 감각이 아니라 연구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논의가 등장한다. 인성교육이다.

누군가는 인성교육이 태권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아이들 중심에서 바라본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는 일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태권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성은 단기간의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성향에 가깝다. 태권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인성교육이라기보다 예절교육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슬픈 영상을 보여주거나 부모의 발을 닦아 드리는 활동을 태권도 수련의 본질처럼 말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습은 결국 설계도 없이 이것저것 좋은 것들을 덧붙이며 키워 온 태권도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태권도는 비교적 운이 좋은 종목이었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었고 도장도 늘어났다. 그 흐름 속에서 많은 대학에 태권도학과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돌아보면 이러한 과정에는 분명한 설계가 있었다기보다 시대적 흐름과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진 측면도 없지 않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가 필요한 것처럼 하나의 종목이 발전하기 위해서도 방향이 필요하다. 태권도가 어떤 무도이며 어떤 스포츠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그 위에서 연구가 축적될 때 비로소 하나의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 이상 운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AI와 데이터가 산업과 학문을 동시에 바꾸고 있는 시대에서 스포츠 역시 과학적 근거와 연구의 축적 위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지금 태권도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태권도의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먼저 그리는 일이다.

설계도 없이 세워진 건물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모래 위에 세운 성은 언젠가 무너진다.

지금 태권도에는 그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설계의 출발점은 태권도의 과학화일 것이다.

태권도는 이제 소설이 아니라 과학이 되어야 한다.

장세용 교수

(가천대학교 체육학부 태권도전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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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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