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2030년 B2B 사업 비중 40% 목표···삼성도 지속 확대
빌트인 가전·사이니지 넘어 HVAC·로봇으로 경쟁 전선 넓혀
왼쪽부터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비자용 가전에서 B2B(기업 간 거래) 영역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경쟁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TV·생활가전 등 기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진 가운데, 수익성과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B2B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현재 신축 주거단지 건설사들을겨냥한 빌트인 가전과 상업용 디스플레이 부문인 사이니지 사업에서 맞붙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데이터센터용 냉난방공조(HVAC)과 로봇 분야로 경쟁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HVAC으로 데이터센터 공략 확대···빅테크 선점 관건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는 나란히 종합 공조 기업 분야 글로벌 탑티어를 목표로 내세우며 HVAC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사 모두 데이터센터 시장을 핵심 타겟으로 삼은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 속도가 향후 시장 선점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잠정고객으로 확보하고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전용 칠러(대형 냉동기)를 비롯해 냉각수 분배장치(CDU) 등 공급을 협상 중이다.
CDU는 수냉식 냉각 시스템에서 차가운 물이 들어오면 유량을 정밀하게 조절해 서버렉으로 보내는 중간 역할의 장치다. LG전자는 기존 전력량 650킬로와트(kW) 수준의 냉각능력을 지닌 모델에서 빅테크 요청에 따라 1.4메가와트(MW), 2.5MW 수준의 CDU 제품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며, 연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MS를 시작으로, 빅테크와의 접점을 지속 확대한단 계획이다. 최근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HVAC 공급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HVAC은 MS향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받는 게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다”며, “고객사쪽에서 먼저 얘기해주면 LG전자도 비로소 고객사 언급이 가능해질 테고, 이를 레퍼런스 삼아 AI 데이터센터향 HVAC 추가 수주가 빠른 속도로 올라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HVAC을 B2B 성장의 핵심축으로 앞세워 2030년까지 사업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단 계획이다. LG전자의 지난해 데이터센터향 칠러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칠러 사업에서만 향후 2년 내 매출 1조원을 이루겠단 구상이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사장)은 최근 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HVAC 사업을 해오면서 액체 중심으로 전환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HVAC이라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품의 자체 개발 능력과 생산역량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는 일원화된 제품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여러 클라이언트로부터 1대1 설계를 요구받고 있어서 고객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설계쪽으로 역량을 더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력 모델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1월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하고 공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플랙트그룹은 1918년 설립된 유럽 최대 HVAC 전문 기업으로, 기존 상업·산업용 건물 환기 시스템 중심에서 데이터센터 냉각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왔다.
플랙트그룹의 액체냉각 등 주요 공조 솔루션 제품들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시스템 에어컨과 중앙 공조를 연계해 대형 오피스, 병원, 주상복합, 중대형 아파트 등 혼합 공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플랙트그룹은 연내 한국에 HVAC 전용 신규 생산라인을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 전반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단 전략이다. 회사는 아울러, 인도, 미국에서도 신규 생산 시설과 현장 서비스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도니 플랙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플랙트그룹의 공조 시스템을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프로, 빌딩 통합 솔루션(b.IoT)과 연동하면 한층 고도화된 에너지 관리와 스마트빌딩 솔루션으로 확장할 수 있고, 삼성전자가 보유한 AI 역량 역시 제품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양사 간 연구개발(R&D) 협업과 공급망 통합 등으로 신제품의 로드맵을 확장하고, 출시 속도 또한 앞당김으로써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미래 성장동력 경쟁도 치열···핵심 부품 사업부터 시작
미래 성장 분야에선 로봇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또 다른 승부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화를 목표로 앞서 지난 2024년말 이족보행 로봇 전문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35% 인수를 완료하고 자회사로 편입해 운영 중이다. 동시에 회사 로봇사업을 주도할 미래로봇추진사업단을 신설하고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로봇의 다리, 팔, 몸체 등 모든 구동 부위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부품인 엑추에이터를 포함해, 엑추에이터와 여러 센서 등을 제어하고 외부 시스템 연결을 지원하는 미들웨어(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각종 형태의 폼팩터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정 등 B2C 분야에 앞서 산업용 로봇으로 사업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산업용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해 고도화된 움직임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익스트림 모션과 고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성능 등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봇 전신 제어 기술에선 빅테크 기업과도 협력 중이다. 전신 제어는 로봇의 모든 관절과 부품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의 핵심 기술로, 삼성전자는 강화 학습 모델 기반의 예측 능력과 실제 경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으로 제어 성능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LG전자도 부품 사업을 시작으로 로봇 사업 본격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연내 로봇 부품 브랜드인 ‘LG 액추에이터 악시움(AXIUM)’의 양산체계 구축을 완료한단 방침이다. 아울러,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현장에 투입해 PoC(개념검증)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그간 로봇 사업은 스마트팩토리 관련 산업용 로봇과 자회사인 베어로보틱스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업용 로봇이 주력 분야였다”며, “올해부턴 피지컬 AI로 무장된 ‘LG 클로이드’ 중심으로 홈이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물류 현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액츄에이터 ‘악시움’을 바탕으로 핵심 부품인 액츄에이터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양산체계를 갖춰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사진=챗GPT로 만든 이미지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B2B 사업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단 목표다. 지난해 HVAC, 전장,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을 합친 LG전자의 B2B 사업 매출은 24조 1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5%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DA사업부문에서 최근 5년간 HVAC 솔루션 매출이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1위를 유지 중인 사이니지 사업과 함께 B2B 비중을 지속 늘리겠단 방침을 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과 육성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해 로봇, 공조, 메디텍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미래 기술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서 중장기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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