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7일부터 114개 품목 의무 표시
쿠팡·네이버 등 업계 전반 투명 경쟁 가속
계도기간 내 알고리즘 고도화는 숙제
"대용량 묶음 제품이 당연히 저렴할 줄 알고 샀는데, 막상 계산해 보니 낱개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하더라고요. 이제 스마트폰 화면에서 100g당 가격을 바로 확인하니 계산기 두드릴 필요가 없어 정말 편하네요."
단위가격이 적용된 쿠팡 모습.(캡처=배종완 기자)
온라인 장보기를 즐기는 직장인 김 모 씨의 말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전유물이었던 '단위가격 표시'가 온라인 쇼핑몰로 전격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연간 거래 금액 10조원 이상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생활필수품 단위가격 표시제가 의무화된다. 적용 대상은 가공식품(76개), 일용잡화(35개), 신선식품(3개) 등 총 114개 품목이다. 라면, 즉석밥, 세제 등 주요 생필품을 구매할 때 100g 혹은 100ml당 환산 가격을 즉각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슈링크플레이션(용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어책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단위가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면, 제조사나 판매자가 미세하게 용량을 줄이더라도 가격 상승분을 즉각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장 민첩하게 움직인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판매자 전용 사이트 '윙(Wing)'을 통해 입점업체에 의무화 사실을 공지하는 한편, 판매자가 용량 정보만 입력하면 단위가격이 자동 산출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했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필두로 표준화된 가격 정보를 제공하며 투명성 경쟁에 합류했다.
이미 일부품목에 대해 단위가격을 표시해온 쿠팡과 네이버는 이번 정책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네이버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 측면에서 다소 복잡해지더라도, 소비자 권익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G마켓, 11번가, SSG닷컴 등 주요 기업들 역시 의무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시스템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번 제도가 시장의 왜곡된 마케팅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번들(Bundle) 상품은 무조건 저렴하다'는 인식이 소비자의 판단을 흐려온 측면이 있다"며 "단위가격 노출은 진정한 의미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안착을 위한 지속적인 보완을 강조한다. 최자영 숭실대학교 교수는 "단위가격 표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정착된 제도로 가격 비교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크다"면서도 "다만 공산품 중 적용이 모호한 품목이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 평가가 실질적으로 유용한 품목을 선별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데이터의 신뢰 확보도 남은 숙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상품은 관리가 수월하지만, 수많은 영세 판매자가 활동하는 오픈마켓은 일일이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계도기간 동안 쏟아질 데이터 오류를 어떻게 필터링하고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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