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아베의 화살'과 닮은 李의 실용…'코스피 6000·집값 안정·행정 통합' 강조野 상복 입고 울먹여도 공세 효과 적어…민심은 '내 지갑'과 '경제'에 관심李, 분당 아파트 팔고 ETF 인증…"이재명은 합니다"로 지지율 고공행진3월5일은 청와대에 유독 많은 시선이 집중된 날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28일 이란에 대한 합동 공습에 나서면서 급격히 요동친 국내외 리스크에 청와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됐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직후 코스피는 연이틀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며 사상 초유의 급락을 겪었고,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도 동시에 치솟았다. 특히 주식 투자 열풍으로 글로벌 정세에 관심을 갖는 국민이 늘어난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메시지에 과거보다 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같은 시각, 전혀 다른 이유로 청와대를 향하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7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이들은 상복 차림에 근조 리본을 달고 청와대 앞에 모여 의원총회를 열고 여당 주도로 통과시킨 '사법 3법'(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은 장기 독재의 꿈을 버리고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사법 파괴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라"며 발언 도중에 울먹이기도 했다.李의 중도보수론, 자민당 압승 비결과도 닮아이날 청와대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국민'과 '국민의힘'의 온도 차는 이렇게 분명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안정화 대책'과 '사법 3법 의결'이라는, 파급력이 상당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뉴스를 동시에 내놨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은 전자에, 국민의힘과 일부 정치 고관여층은 후자에 눈을 돌렸다. 사실 사법 3법은 야당뿐만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위헌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법안이다.그런데도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왜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을까. 개인의 사법적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논쟁적 입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왜 상대적으로 적었을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주가·부동산·지역(행정통합)'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쐈고 그 효과가 하나둘 가시화되면서 지지율은 사수하고, 야권의 공세는 형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과거부터 비호감 이미지가 약점으로 꼽힌 정치인이다. 사법 리스크와 수위 높은 발언이 영향을 미치면서 진보진영 내 강한 지지세만큼이나, 다른 유권자들의 비토 정서도 강했다. 그가 대통령에 오른 뒤에도 이런 이미지가 완전히 해소됐다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범보수진영 표가 절반에 육박했던 결과는 탄핵 후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했음에도 이 대통령을 향한 견고한 비호감층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여전히 이른바 '이대남'(20·30대 남성)과 무당층 등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유권자층을 어떻게 끌어안을지를 두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가 흐를수록 진영과 세대를 넘어선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정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월27일 전주 신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통령이 일찍이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실용주의를 국정 철학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 고민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의 언행이 민주당의 전통적인 노선과 반대됐던 경우도 적지 않았던 만큼 이 실용주의가 단순히 비호감도를 낮추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도 적잖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까지는, 이를 근간으로 한 국정운영의 결과에 많은 국민이 일단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한국갤럽이 3월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65%로 전주 대비 1%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갤럽의 지난해 7월 1주 차 조사에서 65%를 기록한 뒤 8개월 만에 다시 최고치다. 부정 평가는 25%로 1%p 하락했다. 특히 스윙보터인 중도층 지지율이 70%를 기록한 점은 의미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의례적 수사보다 실질적 성과를 중시하는 방식의 결과"라고 평가하며 단기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봤다. 정책의 결과가 국민에게 하나둘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설명이다.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2013년 봄 일본을 떠올린다. 당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첫 집권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대규모 경제 부양 정책 패키지인 '아베노믹스'를 발표하며 2개월 만에 지지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아베노믹스는 '기동적 재정 정책' '과감한 양적완화' '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구성됐다.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이라 하더라도 '작은 정부'와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보수 경제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념보다는 침체 극복이라는 결과에 방점을 찍은 이 세 개의 화살은 정권 초반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어냈고, 결국 아베 전 총리가 일본 정치사에서 손꼽히는 '최장기 집권'을 이어가는 데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이재명 대통령이 3월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치적 자산'으로 거듭난 코스피 6000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 상황 속에서도 쉽사리 동력을 잃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이슈, 당정 내부 갈등 등 이 대통령을 둘러싼 변수는 사실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대통령도 아베 전 총리처럼 적중할 경우 국민이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세 개의 화살'을 일찍이 쏘아올렸고, 최근 그 정책의 성과가 하나둘 가시화하면서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 가운데 핵심은 '주식시장'으로 꼽힌다. '코스피 5000' 공약으로 대표되는 이 대통령의 증시 부양 정책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허황된 꿈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2000~3000의 박스권에서 목표에도 없던 6000선을 넘어서는 데는 불과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근 전쟁이라는 악재로 변동성이 커졌지만, 코스피가 7000, 8000 이상을 바라보는 것도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여겨질 만큼 한국 증시의 체질 자체가 달라졌다는 데 국내외에서 이견이 적은 모습이다.이런 흐름 속에 야권의 각종 공세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이어도 코스피 6000 갔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랠리 덕분에 증시가 오른 것이지 정부 정책의 결과는 아니라는 취지였지만, 보수 성향 언론(동아일보)에서도 "한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칼럼이 나올 만큼 반발이 적지 않았다. 물론 반도체 호황을 빼놓고 지금의 높은 주가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1·2·3차 상법 개정 등 당정 일체로 속도감 있게 추진한 정책적 기반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랠리는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통령의 선제적인 증시 부양 정책이 보수의 이념적 전유물이던 '자산 증식' 프레임을 겨냥했고, 중도보수층의 표까지 흡수하는 정치적인 자산으로 거듭난 것이다.'이재명은 한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실행력과 속도감도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동시에 야권의 공세는 무력화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이 직접 투자한 ETF 계좌를 공개했고, 취임 이후에도 "지금은 휴면 개미지만 과거에는 꽤 큰 개미 중 하나" "정치를 그만두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99.9%"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 등 발언을 통해 주식시장을 누구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해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지금 국민이 필요한 정치를 한다"며 "말한 걸 지킬 것 같다는 느낌 만큼 정책의 효과에 중요한 변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바로 이걸 잡았고 국민은 신뢰를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이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화살인 '부동산'으로 이어진다. 취임 4개월 만에 부동산 대책을 세 차례 발표하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대통령의 방식은, 무엇보다 '실행력' 측면에서 역대 정부와 차별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공동 명의로 보유한 분당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은 것이 대표 사례다. 30년 가까이 보유한 아파트를 직접 처분함으로써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이처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방식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아파트 매각 자금으로 ETF를 살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동시에 정상화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로도 이어졌다. "대통령부터가 똘똘한 한 채 주인"이라며 제기됐던 야권의 '내로남불' 공세 역시 자연스레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SNS를 통해 불호령과 경고를 쏟아내는 것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철벽같던 강남 집값까지 일부 하락하는 등 정책적 압박의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자, 이 대통령이 SNS로 내는 메시지들은 '실행력'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20조 재원' 행정통합, 보수 텃밭까지 요동쳐물론 이것이 장기적인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부동산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성급한 부동산 정책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기억 때문이다.하지만 이 대통령 특유의 정책 추진 방식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자 "뚝심 있게 밀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 정부의 역린을 건드리기 위해 야권이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대통령에 의해 이미 '적'으로 규정된 다주택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분위기다.이 대통령이 제시한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행정통합특별법 등 지방분권 정책은 지방선거 판세 자체를 흔들고 있는 '세 번째 화살'이다. 정부는 행정통합시에 연간 최대 5조원씩 4년간 20조원 규모의 재원을 지원하고, 차관급 부단체장을 4명까지 늘리는 등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과감한 재정 투입과 지원 정책은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로 경제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이 만들어냈던 '지역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물론 여야가 대구·경북(TK)과 충남·대전 행정통합특별법 처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전남·광주를 제외한 행정통합은 지방선거 전에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당은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두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지역 정치인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이런 상황이 이 대통령 입장에선 전략적으로 잃을 게 없다는 분석이다. TK가 통합되면 호남권 통합과 함께 '균형발전의 성과'가 되고, 안 되면 야당의 반대 탓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이와 맞물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역시 여권의 이른바 '동진 전략'의 핵심 카드로 거론된다. 영남권을 하나의 정치 블록으로 묶기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TK보다, PK에 해수부 이전 등 굵직한 지원책을 상대적으로 집중해 보수 결집력을 해체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부산에서는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변수에도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박형준 현 시장을 10%포인트 넘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민의힘이 TK 통합법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자진 중단하는 사례가 등장할 만큼, 이 대통령의 '지역 실리' 카드가 기존의 진영 구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결국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화살' 앞에 헌법 가치나 삼권분립 등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야당의 메시지는 구조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사저널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사법 3법에 대한 부정 여론은 국민의힘 지지층(86.2%)과 무당층(52.0%)에 집중되어 있고, 전체적으로는 긍정이 앞서는 구조다.이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비결이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끈 자민당 압승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월23일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비결을 ①정당 간 정책이 비슷하게 수렴되면서 유권자들이 자민당에 갖는 거부감이 줄었고 ②정책 간 차이가 줄어들면서 당수의 이미지가 이전 선거보다 중요한 변수도 작용했고 ③이런 구조 속에 다카이치의 높은 인기가 평소라면 다른 당을 찍었을 유권자 표까지 가져오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이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부터 '중도보수' 깃발을 들고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책적 차이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그렇게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른쪽으로 더 밀어내는 상황 속에서, 높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기반으로 과거라면 여권을 지지하지 않았을 새로운 지지층이 '뉴이재명'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野의 사법 공세 왜 먹히지 않을까…李가 쏜 3개의 화살, 민심을 꿰뚫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랠리 덕분에 증시가 오른 것이지 정부 정책의 결과는 아니라는 취지였지만, 보수 성향 언론(동아일보)에서도 "한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칼럼이 나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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