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美·이란, 호르무즈 즉각 개방·농축 우라늄 이란 내 희석 합의”
중앙일보
1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광장의 한 건물에 게양된 이란 국기 옆으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이날 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및 비핵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한 가운데, 합의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핵심 쟁점으로 꼽힌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비핵화 문제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최종안에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인 개방 등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모든 상업용 선박에 즉각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미국의 조치는 MOU 서명 직후 시작되며 30일 이내 완료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또한 이란은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획득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란은 MOU 체결 이후 최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현재의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되 추가적인 우라늄 농축 및 핵 시설 확장을 자제하기로 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과 관련해 미국은 이를 이란 영토 내에서 희석하는 방안에 동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의 우라늄 자체 희석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식은 MOU 체결 후 60일의 협상 기간에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이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반다르 압바스에 정박된 화물선. AP=연합뉴스
미국은 또 250억 달러(약 33조5000억원) 규모의 이란 해외 동결 자금 해제에도 동의했다. 동결 자금 반환은 직접 현금 송금, 역내 국가 간의 협력, 금융 신용 공여 등의 방식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은 일정 기간 이란에 대한 원유 제재를 유예해 이란이 합법적으로 원유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최종 합의 때까지 미국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양측은 핵심 쟁점에서 서로 한발씩 물러나며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란은 “해협의 주권은 이란과 오만에 속해 있고, 호르무즈 관리는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라고 주장했지만 즉각 개방함으로써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미국 역시 그동안 고수해온 고농축 우라늄 국외 반출 요구를 접고 이란 내 희석 방안을 받아들이면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여기에 동결자금 해제와 원유 제재 유예까지 제시하며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당국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보도는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한 것으로 양국 정부는 이 안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MOU 체결 시기와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트루스소셜에 미·이란 양국이 14일 종전 MOU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직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CG)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14일 서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자신의 생일에 맞춰 서명 일정을 잡으려 고집을 부린다”고 반발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14일 “MOU 문구에 대한 정치적, 법적, 기술적 검토가 최종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협상 마무리를 위해 중재국인 카타르 협상단이 14일 오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 들어갔다.
합의 방식은 온라인을 통한 전자 서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당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서명식을 열려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가 일정 등을 고려해 전자 서명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 변수는 협상 막판까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진행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을 거론하며 “미국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협상을 이어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루트에 대한 공격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모든 당사자는 긴장을 완화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김기환·전민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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