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쿠팡 겨냥" 미 조야의 오해 팽배
핵잠·원자력 등 안보 후속 협상에 불똥
"차별 없다" 대미 설득도 먹히지 않는 실정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확대오찬 회담에 앞서 방명록 서명장에서 함께 웃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한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해 괴롭히고 있다는 미국의 인식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자 외교가에선 향후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가뜩이나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한국이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미 조야의 인식이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특정 기업 문제가 한미 간 안보 분야 협력 차질과 연계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수개월 전부터 쿠팡을 포함한 자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조치가 불공정하다는 불만을 강하게 표시해왔다"면서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 문제를 한국의 태도 변화 여부를 판단할 주요 기준점으로 보고 주시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미 하원 공화당 의원 54명은 23일 강경화 주미 대사에게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규제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 3월 방한한 마이클 디솜브레 국무부 차관보는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쿠팡 문제를 한미 간 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한 바 있고, JD 밴스 미 부통령도 지난 1월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를 언급했다.
이런 미국의 불만은 이제 한미 간 안보 협상으로 불똥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도출한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이용 권한 확대 등에 합의했으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상은 열리지 않고 있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을 문제 삼아 후속 협상을 열지 않고 있던 것인데, 현재로선 (쿠팡 문제까지 더해져) 대미 투자가 이뤄져도 협상이 열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23일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시 북핵 시설' 발언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조치까지 더해지며 한미 간 안보 협력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대미 설득전이 좀처럼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소통 기회가 있을 때마다 쿠팡 문제는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한국이 미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이미 너무나 두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국회가 쿠팡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죄를 인정하라는 식의 고압적 분위기를 형성한 데 대한 미국 측 불만이 상당하다"고 했다.
정부는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낸 미 하원의원들에게 조만간 답신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측과 꾸준히 접촉하며 쿠팡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을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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