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달러 중심 국제결제망을 대체하려는 중국 주도 디지털 통화 플랫폼에서 빠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먼저 떠난 뒤 미국의 오랜 중동 동맹국까지 이탈한 것이다. 달러 대안을 추구하면 100%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 속에 ‘탈(脫)달러’ 현상이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중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통화 프로그램 ‘엠브릿지(mBridge)’에서 철수했다. 엠브릿지는 블록체인 기술로 각국 중앙은행이 자체 디지털 통화를 써서 직접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외환 거래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중개 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은 축소된다.
BIS는 2024년 10월 먼저 플랫폼을 떠났다. 미국이 BIS에 철수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구스틴 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철수 이유와 관련해 “중앙은행 파트너들에게 맡긴 것”이라며 “실패했기 때문도, 정치적 고려 때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압박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 대안을 추구하면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해 왔다. 지난해 초 딥 싱 당시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중국이 프라이버시와 보안, 상호운용성, 미국 제재 집행 측면에서 이 플랫폼의 표준을 정하는 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참여국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같은 달러 중심 기존 결제망을 우회하는 데 이 플랫폼을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편 사우디는 2024년 중국·홍콩·태국·아랍에미리트(UAE)·BIS에 이어 적극적 참여국이 됐다. 사우디 중앙은행(SAMA)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의 일환으로 2023년 BIS 우산 아래 옵저버 자격으로 처음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기능제품(MVP) 개발과 개념검증(PoC) 작업에 참여했다. SAMA는 “계획대로 작년 5월 엠브릿지 개념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그 후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 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많은 미국 동맹국이 엠브릿지와 같은 플랫폼이 자국 경제에 이롭고,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방편으로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이들은 달러의 중요성을 줄이거나 더 나쁘게는 국제 금융에서 위안화의 역할을 키울 수 있다고 여겨지는 구상에 대한 미국의 반발에도 극도로 민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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