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약사 10곳 이사회 보니…복지부·식약처 베테랑 전면 배치
일부는 IT·금융 전문가로 ‘투트랙’ 재편
국내 제약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직 고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AI 생성 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허승아 기자 | 국내 제약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전직 국회의원과 보건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잇달아 영입했다. 부처 내 요직을 두루 거쳤던 정통 관료들이 퇴임 후 제약 업계로 향한 만큼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마무리한 국내 주요 제약사 10곳의 이사회 명단을 확인한 결과, 공통된 흐름이 나타났다.
▲ 복지부·식약처 출신 대거 영입…‘관료 라인’ 강화
가장 먼저 한미약품은 채이배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공인회계사이자 20대 국회의원 출신인 채이배 사외이사는 경기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승인을 받은 날부터 임기가 개시되는 조건부 선임이다. 예상 승인 일자는 이달 중으로 관계당국의 업무처리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선임 안건에 대해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최종 승인돼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일성아이에스는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권덕철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그는 제31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보건의료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차관 등 복지부 내 핵심 보직을 모두 거쳤다. 이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내다 퇴임했다.
HLB제약 역시 보건복지부 1·2차관을 모두 지낸 이기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기일 원장은 32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보건의료정책실장, 건강보험정책국장 등을 역임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복지부 제2차관과 제1차관을 연이어 맡으며 부처 업무 전반을 총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출신 영입도 잇따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제5대 식약처 처장을 지낸 이의경을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자체 백신 개발과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병행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입장에서 임상·허가·규제 전략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전문가 선임으로 사업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종근당바이오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출신 박인숙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바이오생약심사부는 바이오의약품 품목 허가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로 바이오 원료의약품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종근당바이오의 사업 방향과 직접적으로 맞물린다.
삼익제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상임이사 출신인 김보연을 선임했다.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와 급여 재평가 등 규제 환경이 빠르게 강화되는 상황에서 정책 설계 경험을 갖춘 인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관료 대신 전문가…R&D·IT·금융 인재로 이사회 재편
관료·정치권 영입과 다른 방향을 택한 제약사들도 있었다. 유한양행은 T세포 면역학 권위자인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GC녹십자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동화약품 대표를 지낸 박기환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올렸다.
대웅제약은 삼성SDS와 네이버파이낸셜 등을 거친 IT·플랫폼 전문가 최인혁 전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뽑았다. AI 병상 모니터링 통합 플랫폼 등 디지털 헬스케어를 성장 축으로 삼아온 대웅제약이 디지털 전환 전략과 이사회 구성을 일치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령은 라자드코리아 대표인 윌리엄 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한국 기업금융부서 상무, JP모건 한국 기업금융부서 본부장, 도이치뱅크 한국 기업금융부서 대표를 거친 글로벌 M&A 금융 전문가다.
제약사들의 사외이사 선임 방향은 회사마다 뚜렷하게 갈린다. 신약 허가를 앞둔 기업은 식약처 출신을, 약가 인하 압력을 받는 기업은 복지부 출신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기업은 IT 전문가를 택하는 식이다.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제약업계로부터 사외이사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정부·정책·제도와 연관돼있는 부분에서 적절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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