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팀 버너스리 지음, 생각의힘 펴냄)
1989년 월드와이드웹(WWW)을 설계하며 인터넷 시대를 연 팀 버너스리가 웹의 미래를 다시 묻는다. 신간 ‘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빅테크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대, 인간 중심의 디지털 질서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추적하는 통찰서다.
저자는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을 결합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웹 환경을 만들었고, 자신의 발명에 특허조차 걸지 않았다. 웹은 특정 기업이나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공재여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초기 인터넷이 정보 민주화와 개방, 그리고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이유다.
그러나 오늘날 웹은 그가 꿈꾸었던 이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관심과 감정을 붙잡기 위해 자극과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고,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개인 데이터를 독점하며 막대한 부와 권력을 구축했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인 동시에 광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데이터 상품으로 전락했다. 책은 현재의 인터넷을 자유와 협업의 공간이 아닌 ‘감시와 독점의 생태계’라고 진단한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되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AI는 인간의 검색 기록과 소비 패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진화하고 있지만, 정작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은 개인에게 없다. 플랫폼이 축적한 정보가 정치적 선동이나 여론 조작에 악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저자는 이 현상이 소수 플랫폼 기업의 서버에 데이터를 집중시키고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수익화하는 ‘중앙집중형 인터넷 구조’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내놓은 대안은 ‘솔리드(Solid)’ 프로젝트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디지털 금고’에 직접 보관·관리하고, 기업은 사용자의 허락 아래 필요한 정보에만 접근하는 구조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플랫폼이 아닌 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데이터 주권’의 실질적 구현이다.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경제가 인간의 ‘주의(attention)’를 붙잡아 수익을 창출하는 ‘주목 경제’였다면, 앞으로는 인간의 목적과 선택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의도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을 중독시키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를 보조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핵심은 기술의 방향성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기술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팀 버너스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This is for Everyone(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이라는 문장을 전 세계에 띄웠다. 웹은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어야 하며, 기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묵직한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나침반이다. 2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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