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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성과급' 폭탄···산업계, 유탄 '후폭풍'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선 폐지가 우리나라 산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상한선 폐지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마다 경영환경이 달라 자칫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성과급' 폭탄···산업계, 유탄 '후폭풍'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선 폐지가 우리나라 산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상한선 폐지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마다 경영환경이 달라 자칫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삼성전자·현대차, '성과급 투명화' 요구=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기본 규정을 수정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연봉의 50%'로 정해진 상한선도 폐지해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같은 방안을 구두 약속이 아닌 명문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투입하면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사측은 올해 업계 1위 달성 시 특별포상 등을 통해 3.5∼4%의 재원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를 방연하면 1위 달성 시 성과급에 투입되는 재원은 영업이익의 13.5∼14% 수준에 이른다.

노사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당초 예정대로 23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다음달 21일부터 18일 동안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 강행 시 회사는 최소 20~3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최근 성과급 요구안을 확정지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이 10조364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3조1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별도의 성과급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차의 전체 직원이 7만2598명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1인당 가져가는 성과급은 약 427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가 성과급 및 격려금으로 월급의 450%+158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폭 인상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정문.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공···산업계 전반 확대 조짐 =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임금협상에서 주요 쟁점은 기본급의 인상률이 아닌 '성과급'이다. 공통적으로 이익의 일부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면 이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 협상의 화두가 '성과급'에 맞춰진 데는 SK하이닉스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배분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AI 반도체 붐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이 호황기를 누리면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영업이익 수직 상승에도 '기본급의 1000%'라는 성과급 상한선에 막혀 기존 재원이 제대로 활용되기 어려웠다.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는 노사 협상 끝에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SK하이닉스 직원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상승한 200조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성과급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성과급 구조 개선 움직임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가 확대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화되고 보상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소비 시장에서 경기 순응성이 강화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되는 반도체 산업은 특히 대규모 선제 투자가 중요한 만큼, 과도한 성과급은 향후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 "조직·환경 모두 달라"···성과급 제도 개선 부작용 우려 =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조직이 갖춰진 만큼 성과급 상한 폐지에 따른 불균형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은 D램 중심으로 이뤄져 있지만, 낸드플래시 역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고른 성과급 배분이 가능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DS부문 내에서도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로 성과가 나눠진다.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HBM과 범용 D램의 고른 성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미지센서와 모바일 SoC 등을 만드는 시스템LSI 사업부, 위탁생산을 주력하는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DS부문 내에서도 성과급 격차는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DX부문에서 모바일 기기와 가전, TV 등을 만들고 있다. 모바일 사업을 하는 MX사업부는 그나마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가전과 TV는 적자 문턱에 서 있거나 이미 적자전환한 만큼 성과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오히려 저하돼 사업부별 양극화가 확대되고 메모리 사업부 외 조직에서의 이직률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반도체는 사이클 사업인 만큼 호황기와 불황기가 명확하게 나눠진다. 호황기에는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불황기 때는 성과급 규모가 대폭 축소되거나 0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대기업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민간소비의 경기 순응성이 강화돼 불확실성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확대돼 디스카운트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또 이익에 따른 성과급 규모 증가로 이익이 희석돼 주주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사이클 산업에서는 피크 이익이 직원 보너스도 이전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성과급 확대에 따라 인재 유치가 원활해지고 성과급에 따른 동기 부여로 매출과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 또 고정비가 변동비로 전환되면서 불황기에도 손익 방어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투하자본이익률(ROIC),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의 사정에 맞춘 정교한 성과급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 구조에 맞춰 생산성과 주주 가치를 모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성과급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며 "만약 잘못 설계되면 이익이 희석되고 변동성이 높아지는 반면 기업 가치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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