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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NGO 현장]‘자산 불안’ 어떻게 답할 것인가

주거정책을 오래 다루다 보면 지인들로부터 주거 관련한 다양한 상담을 요청받거나 넋두리를 듣게 된다. 30대 중반 친구들이 많다 보니, 요즘 가장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소재는 단연 부동산 자산이다.

[NGO 현장]‘자산 불안’ 어떻게 답할 것인가

주거정책을 오래 다루다 보면 지인들로부터 주거 관련한 다양한 상담을 요청받거나 넋두리를 듣게 된다. 30대 중반 친구들이 많다 보니, 요즘 가장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소재는 단연 부동산 자산이다.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살 돈은 없는데 빌라를 사도 되는지 묻는 질문부터, 회사 동기들이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시기를 놓쳤다’는 불안, 더 나아가 자신은 집을 마련할 수 없는데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만기를 앞두고 분양권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에 대한 분노까지. 맥락은 서로 다르지만, 자산 형성이라는 거대한 인생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차원에서는 연결돼 있다.

생애주기상 자산을 형성해야 하는 주요 시기를 청년기로 여기기에, 청년정책과 담론 모두에서 ‘자산’은 핵심적인 키워드다. 코인, 주식, 부동산 ‘영끌’ 등 시기별로 급격한 자산 가치 상승이 발생할 때마다 청년층의 욕구와 묶여서 설명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청년들을 위한다면서 주식시장 부흥과 부동산 진입을 돕고자 애쓴다는 어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주식시장 폭등기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우 이익은 부모에게 거액을 물려받거나 고소득으로 자산을 많이 모을 수 있었던 일부 청년들에게만 돌아가고 끝났다.

정책이 시민의 욕구에 반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면서 욕구를 계속 분출하게만 하는 것은 미디어라면 몰라도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역할은 결코 아니다. 현재 자산 양극화의 수준을 보면 더욱 그렇다. 20대 소득 상하위 20%의 평균 순자산 격차는 지난 9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해 무려 19배에 이르며 역대 최악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자산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보다 자산 상승의 ‘버스’에 막차라도 탈 수 있는 사람은 어서 타라는 식의 정책을 내놓는다면, 문제 해결의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로 갈 수 있다.

방향성이 불분명해 보이는 부동산정책은 차치하고 청년정책으로만 한정하자면, 자산 관련 논의는 ‘청년희망적금’으로 대표되는 저축 자산에 대한 매칭 지원으로 수렴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많이 넣고 안정적으로 저축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보니, 양극화 해소에 큰 역할을 하기보다는 역진적 효과가 발생하기 쉽다. 정책의 기저에는 저축을 착실하게 해보라는 재테크 교육적 의도도 포함돼 있지만, 유난히 청년들은 투자를 미숙하게 한다는 시선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5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저소득 청년들에게 적절한 자산 형성과 방법론을 제공할 목적이었다면, 저축 수준과 무관하게 ‘출발자산’을 동일하게 지원하는 방향이었어야 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청년들의 불안에 공감한다면 개인의 상황과 선택, 성과에 좌우되는 경쟁적 방식보다 일확천금은 어렵더라도 단단하게 다져지는 정책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청년정책은 이제 1년 차를 맞이하는 만큼, 자산 형성이 어려운 청년들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시간은 충분하다. 지난 금요일에도 정부는 청년의 자산 형성 지원 등 단계적 방안을 발표했고 다가오는 9월19일 ‘청년의날’에 맞춰 대책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가 자산을 둘러싼 청년들의 욕구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청년들의 불안에서부터 출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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