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고 호드리게스 예술감독
2022년 방한 후 판소리 등 소개
올핸 제주 4·3 다룬 ‘새’ 등 선봬
“작품 10여편 유럽 초청 논의 중”
제80회를 맞이한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올해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Guest Language)로 선정했다.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는 첫 사례다. 지난 28년간 한국 작품을 초청한 적 없던 아비뇽이 한국 작품 9편을 공식 초청(In·인) 무대에 올린 것도 이례적인 변화다.
축제를 진두지휘한 티아고 호드리게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사진)은 15일(현지시간) 아비뇽 호텔 클루아트르 생루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어 초청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앞으로 한국 예술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2023년부터 호드리게스 예술감독 주도로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초청 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다음 네 번째로 선택한 언어가 바로 한국어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K팝과 K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일반 관객뿐 아니라 프랑스와 유럽의 공연 전문가들, 비평가들조차 한국 현대 공연예술을 잘 알지 못했다”며 “바로 그 호기심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호드리게스 감독과 한국의 인연은 2022년 가을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한국 예술가들의 역량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비뇽이 지난 28년 동안 한국 예술가를 거의 초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그때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이후 총 네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연극, 무용, 판소리 등 한국 공연예술 작품 9편을 선정했다.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부터 다큐멘터리 연극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려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매년 6000여명의 세계 공연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아비뇽에서, 한국 작품만 찾아다니는 열성 관객층이 형성될 정도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10여편 작품의 유럽 등 타 국가 페스티벌 초청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이경성 연출의 <섬 이야기>를 비롯해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Oiseau)까지 제주 4·3을 조명한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같은 비극을 다른 방식으로 다룬 작품들이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제주 4·3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이경성 연출의 공연과 한강의 소설이었다며 “하나의 역사를 서로 다른 예술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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