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아디냐 씨(19)는 “한국 화장품을 쓴 후로 피부톤이 밝아졌다”고 했다. 이번이 올리브영 세 번째 방문이라는 그는 처음엔 K뷰티 매장인 줄 모르고 찾았다가 단골이 됐다. 이날 올리브영 매장 안은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에 대해 직원의 설명을 듣는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LA 다운타운 거리 곳곳엔 분홍색 올리브영 에코백을 멘 1020세대가 눈에 띄었다.
◇수출 상품 된 ‘한국식 일상’
한류가 개별 제품을 넘어 한국식으로 먹고 꾸미고 즐기는 ‘생활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엔 K팝 등 콘텐츠를 보고 일회성으로 한국 음식을 즐기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화장 루틴부터 굿즈 수집, 건강관리 방식까지 ‘한국인이 사는 법’이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찾은 뚜레쥬르 미국 라하브라점에선 고객이 쟁반을 들고 매장 안을 돌면서 단팥빵, 꽈배기 등을 직접 골라 담았다. 직원에게 직접 빵과 커피를 주문하는 미국식 베이커리와 달리 수십 종류의 빵을 두고 쇼핑하듯 고르는 K베이커리 포맷이 적용됐다. 이 매장을 찾는 고객 중 90%는 비아시아계다. 안승준 CJ푸드빌 미국법인장은 “한국식 빵의 맛을 최대한 구현하면서 미국 소비자가 기대하는 환대 문화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LA의 대표 쇼핑몰 더그로브에선 ‘라이브 서울’ 팝업의 인기가 뜨거웠다. 이곳에 설치된 K팝 코인노래방은 한국식 노래 문화를 체험하려는 현지인으로 북적였다. 즉석 사진을 찍는 포토부스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서울에서 꾸미고 노는 방식 전체를 체험 상품으로 내놓자, 현지인들이 뜨겁게 반응한 것이다.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선 직원 설명을 5~10분가량 진지하게 듣는 고객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 피부 고민을 나누거나 전문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피부관리 순서를 배운다. 이어 스킨케어 루틴에 필요한 제품 여러 개와 마스크팩까지 잔뜩 구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강명지 CJ올리브영 미국법인 MD팀장은 “한국보다 패서디나점 객단가가 두 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현지 사업자도 가져다 쓴다
과거 한류가 K팝과 드라마 중심의 ‘팬덤 경제’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해외 소비자들은 콘텐츠나 스타를 거치지 않고도 한국식 제품과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소비한다. 지난 7일 LA 하이랜드파크에 문을 연 푸드카페 ‘먹자’는 고객이 봉지라면과 토핑을 선택해 즉석조리기로 끓여 먹는 K라면바를 설치했다. 이 매장을 낸 건 한국 기업이 아니라 현지 외식업자로, 김치와 미숫가루 라떼 매대 등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K라이프가 현지 사업자가 가져다 변형하고 재판매하는 상업적 포맷으로 성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여 년 동안 축적된 K콘텐츠가 한국 문화에 대한 ‘학습 비용’을 낮춘 데다, 다양한 코드를 새롭게 구성하는 K문화의 특징이 미국 젠지(Gen Z)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스앤젤레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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