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서울 성수동 일대는 새 화장품 브랜드 탄생을 지켜보려는 인파로 붐볐다. 일본 화장품 마케팅·유통 전문기업 레인메이커스가 연 ‘뷰티 원더랜드’ 팝업 행사장에는 160여명에 달하는 일본 현지 인플루언서와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레인메이커스가 연 ‘뷰티 원더랜드’ 팝업 행사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레인메이커스 제공)
이날 행사 주인공은 서수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Creative Director) 겸 기획자가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 ‘리리링(RRRing)’이다. 서 기획자는 한국에서 소녀시대, 세븐틴, 싸이, 성시경, 이민정, 스트레이키즈, 니쥬 등 내로라하는 스타 메이크업과 옷차림을 담당하는 정상급 전문가다. 이런 그가 화장품 신제품을 선보였다는 소식은 업계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리리링은 휴대폰 알람 소리에서 착안한 상표명처럼 분위기를 환기해 각자 지닌 아름다움을 일깨운다는 철학을 담았다.
현장에서는 오일 기반 질감으로 입술 세로 주름을 덮는 ‘멜팅 하트 듀이 틴트’, 초보자도 쉽게 입술 선 밖으로 메이크업할 수 있는 ‘오버립 스틱 베이스 블러 베이스’, 입체 광채를 구현하는 ‘리퀴드 글램 아이섀도우’, 메이크업 지속력을 높이는 ‘픽스 유 글로우 미스트’ 등 신제품 4종을 공개했다.
서수경 스타일리스트와 장원영, 변우석 등을 담당하는 강다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국내외 고객을 상대로 연 시연 행사는 큰 호응을 얻었다.(레인메이커스 제공)
서 기획자는 현장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하며 바쁜 현대인이나 초보자도 전문가 손길을 거친 듯한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인을 따라 하기보다 개성을 살리는 ‘추구미’ 완성이 리리링이 내세운 핵심 가치다. 리리링은 이번 성수동 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4월 말 일본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다. 5월 11일 일본 현지 언론 발표회를 열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
레인메이커스? ‘원정요’ 1000억원 매출 신화 쓴 주역
리리링 기획·개발 뒤에는 일본 화장품 마케팅 전문기업 레인메이커스가 있다. 레인메이커스는 이미 한국 뷰티 산업과 깊은 인연을 맺은 기업이다. 씨앤피(CNP)를 비롯한 다수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안착하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통상적인 유통 기업은 완성된 제품을 수입해 판매망을 뚫는 데 그친다. 반면 레인메이커스는 현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이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고 홍보 전략을 세우도록 이끌며 기획 역량을 키웠다.
우사마 마코토 레인메이커스 대표(좌)는 서수경 스타일리스트(우)와 협업, ‘리리링’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레인메이커스 제공)
이들이 새롭게 선보인 사업 모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화장품을 일본에 단순 소개하는 느슨한 제휴를 뛰어넘는다. 한국 아티스트와 손잡고 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직접 출시해 한일 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지닌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 성공 사례가 2022년 10월 케이팝 아이돌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원정요 아티스트와 합작해 선보인 브랜드 ‘원정요’다.
원정요는 애교살 메이크업 유행을 선점하고 트와이스 모모를 내세운 홍보로 화제를 모았다. 유통 이윤을 챙기는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매장과 직거래해 주요 오프라인 매장 핵심 진열대를 확보했다.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한일 화장품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번에 선보인 리리링 역시 이 같은 레인메이커스 성공 공식을 잇는 연장선에 있다.
일본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레인메이커스는 우사미 마코토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무차입 비상장사라 실적 공시는 없다. 다만 원정요 1000억원 돌파 기록과 일본 국민 화장품 ‘앤드비’, 젊은 층에 인기인 ‘씨피씨피’ 등 15개 브랜드를 안착시킨 점을 볼 때 매년 외형 성장을 거듭하며 수천억원대 매출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화장품 시장은 자국 상표 선호도가 뚜렷하고 품질 기준이 엄격해 신생 기업이 자리 잡기 어렵다. 레인메이커스가 단기간에 낸 성과가 현지 업계에서 주목받는 배경이다.
‘K&J 뷰티’ 전략 무엇?
레인메이커스는 존슨앤드존슨과 로토제약을 거치며 화장품 업계에 25년가량 몸담은 우사미 마코토 대표가 세운 기업이다. 우사미 대표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화장품 유통 기업 ‘폴라이트(Polite)’를 경영하며 화장품 브랜드 ‘후미(whomee)’를 운영했다. 이후 기존 화장품 유통·사업 모델과 차별화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레인메이커스를 설립하며 제2 창업에 나섰다.
사명인 레인메이커스는 고객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변호사를 뜻하는 법조계 용어이자 메마른 땅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우사를 뜻한다. 동반자에게 이익을 주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우사미 대표는 “레인메이커스는 외모 가꾸기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뷰티·의료로 웰빙을 제공하고 심신 건강이라는 가치를 전달한다”며 “소비자를 이해하고 유행을 파악하고자 사내 여성이 활약하는 조직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우사미 대표가 최근 서울 몬드리안호텔에서 리리링 출시 기념 회사 소개를 하는 모습.(레인메이커스 제공)
레인메이커스가 내세운 무기는 ‘K&J 뷰티’ 전략이다. 우사미 대표는 “한국과 일본 화장품 산업이 지닌 장점을 뽑아 새 상품을 기획한다. 단순한 한국산 수출 화장품이 아닌 K&J 뷰티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우사미 대표는 “한국과 일본 화장품 산업이 지닌 장점을 뽑아 새 상품을 기획한다”며 한국에서 최근 했던 팝업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레인메이커스 제공)
그가 말한 K&J 뷰티란 한국 화장품 업계 포장 디자인 감각, 팝업 스토어 기획력, 빠른 신제품 제조 속도와 일본 품질 관리 역량, 현지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기법, 오프라인 유통망을 융합한 사업 모델이다. 한국이 지닌 아이디어와 일본이 갖춘 실행력이 만나 상승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양국 30여개 화장품 제조사와 소통하며 고품질 신제품을 빠르게 선보이는 생산 체계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업고 세계 영토 확장 정조준
화장품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급성장한 기업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일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레인메이커스는 우사미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채 무차입 경영을 고수해 일본 현지 업계에서 화제를 모은다.
우사미 대표는 “외부 투자나 상장은 사업 속도를 늦추고 추진하려는 일에 제한을 줘 현재 고려하지 않는다”며 “원하는 목표를 빠르고 자유롭게 달성하고자 무차입 경영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가 그리는 회사 성장 모델도 구체화했다. 레인메이커스는 한국 올리브영 사업 모델을 본보기로 삼아 뷰티 산업을 넘어 의료, 인공지능(AI) 개발, 엔터테인먼트, 홍보(PR)를 결합한 새 사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사미 대표는 “이미 각 분야 협력사가 정해진 상태”라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낸다. 현재 홍콩, 중국, 대만에 진출한 레인메이커스는 향후 양국 제조사와 협력해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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