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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oSIF "물 리스크, 반도체·배터리·철강 공급망 변수로 부상"

2025년 CDP 국내 응답기업 기준 물 스트레스 지역 취수 비율은 제약·건강 산업이 88.5%로 가장 높았고 ▲산업재 61.2% ▲IT 60.4% ▲선택소비재 50.8% ▲에너지 49.1% ▲원자재 35.6% ▲필수소비재 29.6% ▲유틸리티 2.3...

KoSIF "물 리스크, 반도체·배터리·철강 공급망 변수로 부상"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공업용수 수요와 취수원 확보 문제가 불거졌다며, 물 리스크가 국내 산업 입지와 생산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oSIF는 13일 CDP 데이터를 분석한 이슈브리프 ‘한국 기업의 물 리스크·공시 현황과 과제’를 발간하고, 국내 기업의 물 리스크 측정·관리·공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170만㎥ 물 필요한 용인 클러스터…공급원·수요지 모두 위험권

KoSIF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하루 최대 약 170만㎥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에는 대규모 초순수와 공업용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물 공급 안정성은 단순한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생산 차질과 투자 지연을 좌우하는 조건이 된다.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주요 취수원인 소양강·충주댐·화천댐 유역은 세계자원연구소(WRI)의 수자원 위험 평가 체계 기준, 'High' 물 스트레스 지역에 해당한다. 반도체 생산거점과 신규 수요처인 용인·화성·평택도 ‘Medium-High’ 지역으로 평가돼, 공급원과 수요지가 동시에 물 리스크 영향권에 놓여 있는 구조다.

특히 1단계 공급분은 신규 수자원 확보가 아니라 기존 수요처에서 물을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화성 12만㎥/일, 평택 11만㎥/일 등 광역상수도 공급량 총 23만㎥/일을 줄여 용인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구조여서 지역 간 갈등 가능성이 남아 있다.

KoSIF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가 물 리스크가 환경관리 차원을 넘어 산업 입지와 공급망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리스크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는 남한강 여주보에서 산업단지까지 용수관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여주시와의 인허가·지역상생 갈등으로 착공이 지연된 바 있다.

국내 기업 77% 물 리스크 식별…재무영향 평가는 초기 단계

WRI Aqueduct 물 스트레스 지도. 사진=KoSIF

KoSIF는 물 리스크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배터리·철강·화학·제약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가뭄, 홍수, 물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생산 안정성뿐 아니라 조달 비용, 자본투자, 공급망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CDP 수자원(Water Security)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응답기업의 77%가 중대한 물 리스크를 식별했다. 기업들이 보고한 주요 물리적 리스크는 홍수 51건, 물 스트레스 48건, 가뭄 39건 순이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물 스트레스는 특정 유역의 재생가능 수자원 대비 실제 취수량 비율을 뜻하며, WRI 등 국제 기준에서는 이 비율이 40% 이상이면 ‘High Stress’ 지역으로 평가한다. 이슈브리프는 여름철 물 수요와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6월 기준, 국토 대부분 지역이 WRI 기준 월별 물 스트레스 지표상 ‘High’ 등급 이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업종별 노출도도 높게 나타났다. 2025년 CDP 국내 응답기업 기준 물 스트레스 지역 취수 비율은 제약·건강 산업이 88.5%로 가장 높았고 ▲산업재 61.2% ▲IT 60.4% ▲선택소비재 50.8% ▲에너지 49.1% ▲원자재 35.6% ▲필수소비재 29.6% ▲유틸리티 2.3% 순이었다.

그러나 물 리스크의 재무영향을 정량화하는 수준은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CDP 한국 보고서 기준 물 리스크 보고 건당 평균 재무영향은 약 3300만 원으로, 기후변화 리스크의 건당 평균 재무영향 약 114억 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KoSIF는 물 리스크의 재무영향 정량화가 기후변화 리스크보다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실제 위험이 과소 식별·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고객사·금융권 물 정보 요구…한국 기업 응답은 감소세

주요기업 CDP Water Security 응답 현황 비교. 사진=KoSIF

KoSIF에 따르면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 금융기관의 물 정보 요구도 구체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에 물 사용량, 폐수관리 현황, 물 소비 감축 노력, 물 재이용 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업체 행동강령을 통해 협력사에 탄소배출과 물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 생성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도 협력사에 물 소비 절감, 물 재이용, 폐수관리, 우수관리, WASH 관련 규정 준수와 목표 수립을 요구하며, 물 스트레스 지역의 용수 다소비 협력사에는 6개월마다 용수 저감 데이터와 물수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물 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페인 금융그룹 BBVA는 에너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에 제공한 25억유로 규모 지속가능연계대출(SLL)에 CDP 수자원 등급 유지와 2030년 용수 사용량 50% 감축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연계했다.

국내에서도 IBK기업은행이 제조·서비스업 363개사를 대상으로 총 1895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상품을 운영하며, 용수 사용량 감축을 9개 선택 KPI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

글로벌 물 정보공개 흐름은 이미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KoSIF는 CDP Water Security에 응답한 글로벌 기업 수가 2016년 1426개에서 2025년 9922개로 약 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응답기업 수는 2023년 135개, 2024년 116개, 2025년 113개로 최근 3년 동안 감소세를 보였다.

KoSIF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공시체계와 공급망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나현 KoSIF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는 이제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리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투자자·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핵심 경영 정보가 되고 있다”며 “물 공시 데이터가 지속가능연계대출 등 금융상품의 KPI로 활용되는 만큼, 선제적인 물 공시는 비용이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 절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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