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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1001번째 회원’ 조은채 12년 선수생활 마침표 “자존감 높이는 인생 개척할게요”[SS 인터뷰]

또 한 명의 선수가 필드를 떠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에 주눅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사활을 걸고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이 강했다.

KLPGA투어 S-Oil 챔피언십 끝으로 은퇴 선언

“나이 먹고, 실력도 부족하니 자존감만 낮아져

즐겁게 골프하면서 새 인생 개척해야 할 나이”

밝은 표정·바른 생활·걸쭉한 사투리로 인기↑

[스포츠서울 | 제주=장강훈 기자] 또 한 명의 선수가 필드를 떠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에 주눅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사활을 걸고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이 강했다. “미련없이 떠난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표정엔 미련이 가득했다. ‘해피 바이러스’ 조은채(31)가 투어를 떠났다.

조은채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등록한 1001번째 선수다. 그래서 회원번호가 01001이다. 2014년 7월 프로가 돼 30일까지 161개 대회에 출전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드림투어에서 보냈지만, 올해는 25개 대회를 치렀다. 정규투어는 통산 56개 대회에 출전했으니, 절반가량을 올해 소화한 셈이다.

그래서 더 기분좋게 떠난다. 이날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924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제20회 에스오일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2라운드를 마친 뒤 만난 조은채는 “더 잘할 수 있는 곳, 나를 더 돋보이게 하는 곳에 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서른이 넘도록 프로선수로 살았으니 미련도 없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유명하지 않은 선수”라고 낮췄지만, 그의 마지막 라운드를 지켜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요청했다. “고생했다”는 말과 “자주보자”는 말이 가장 많이 들렸다. 따뜻한 감성에 유쾌한 입담, 친절하고 사려 깊은 행동 덕분에 사실 인기가 많은 선수다.

프로암 이벤트 등에 ‘단골 초청 선수’로 거론되는 이유다. 조은채는 “실력이 모자란데 정규투어에서 뛰다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나이 먹고 후배들과 경쟁에서도 뒤처지니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꾸 작아지는 나를 보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프로암 이벤트에서는 소위 날아다닌다. 밝고 긍정적인데, 언변도 빼어나다. 순발력도 좋아 동반자들의 농담을 척척 받아치는 능력도 발군이다. 정규투어에 출전한 선수이니, 골프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걸쭉한 ‘남도 사투리’까지 구사하니 매력 만점이다. 동반자 모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선수다. 내성적이고 감성적이지만, 필드 위에서는 티가 안난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밴덕이다.

늘 웃고 다니지만, 골프하는 순간만큼은 한없이 진지하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강해, 전지훈련 때는 숏게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남자 선수들이 훈련할 때 “가르쳐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투어 선수로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지만, 골프를 그만두는 건 아니다.

조은채는 “주위 여러분이 프로암 행사 등에 불러주셔서 당분간은 바쁘게 지낼 것 같다. 지인이 해외에서 레슨 중인데 같이 해보자는 제안도 받았다. 투어 선수가 아닌 다른 길에서도 골프를 할 수 있으니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한 선수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대회장을 떠나기전 KLPGA 김순희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한 조은채는 “며칠은 쉬면서 나만의 새로운 시즌을 구상할 계획이다. 경쟁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지만, 다른 의미의 생존경쟁으로 뛰어드는 만큼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아낼 것”이라고 각오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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