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 전북 금융허브 경쟁…국민연금 연계 효과 노려
NH농협 창원 산업지원센터 추진…동남권 금융 인프라 확대
하나 광주·호남 거점기업 지원…지역 기업금융 강화
정부의 ‘5극 3특(전국 5대 초광역권 및 3대 특별자치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맞춰 주요 금융지주들이 지방 금융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는 전북 전주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금융허브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NH농협금융지주는 동남권 금융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영남·호남권 지역 기업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방 전략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부산·울산·경상남도 지역의 해양·항공 산업 지원 강화를 위해 ‘농협금융 해양·항공산업 종합지원센터’를 경남 창원에 오는 4월 신설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은행(여신·외환), 손해보험(선박·적하 보험), 증권(회사채 발행·기업공개 주선), 캐피탈(여신·산업재 리스), 벤처캐피탈(혁신성장 기업 지분 투자) 등 계열사 협업 체계를 구축해 동남권 산업에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전북 전주를 핵심 금융 거점으로 낙점하고 인력과 조직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세 금융지주가 전북에 몰리는 이유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8%를 차지하는 핵심 기관투자가로 꼽힌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전주에 거점을 마련하면 기금운용본부와의 접점을 강화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KB금융지주는 전북혁신도시에 은행·증권·손해보험·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하는 ‘KB금융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150명 규모로 시작해 약 250명 수준으로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를 출범시키고 현재 130명 수준인 전주 근무 인력을 단계적으로 3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 신설과 기업금융 특화 채널인 ‘전북BIZ프라임센터’ 설립 등을 통해 현재 약 200명 수준인 전주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전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정책적 배경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이 모이는 자산운용 중심의 전북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 운용사 인센티브 부여 방안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전북도는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 전주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금융위원회도 관련 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됐으나 민간 금융사의 참여 부족 등으로 현실화되지 못한 바 있다.
전북 외 지역에서는 지역 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금융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6일 광주광역시·광주상공회의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광주·호남권 거점기업 육성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용보증기금 30억원, 기술보증기금 10억원 등 총 40억원을 출연해 인공지능(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전략 산업을 포함한 지역 중소기업에 총 1556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부산광역시·부산상공회의소·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과 ‘부산·영남권 거점기업 육성 지원’ 협약도 체결하고 152억원을 출연해 약 5056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SOL클러스터’를 통해 광주(AI 산업)와 부산(조선·방산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특화 금융 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 핵심 산업에 전문 심사역을 배치해 기업의 기술력을 현장에서 직접 평가하고 여신 결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동력이 부족했던 지방 거점 구축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비은행 부문 강화와 지역 연계 동시에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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