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김호연 함영준 허영인 신동원 담철곤 등 식품오너들 자녀들의 승계 면면 살펴보니…
대형마트 과자·식품 코너를 둘러보는 소비자들의 모습. K-푸드 기업들의 오너 3세가 나눠 맡은 식품·먹거리 사업이 맞붙는 최전선이다.김승후 기자
[뉴스클레임]
국내 식품·제과 기업에서 창업 1세대와 2세대에 이어 3세 형제·남매가 사업을 나눠 맡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2세 경영인들이 자녀들에게 해외 시장과 신사업이라는 명확한 시험대를 제시하며 전문 분야를 쪼개주는 방식이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과 아들 김동환·김동만,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자녀 함윤식·함연지, 상미당홀딩스 허영인 회장과 아들 허진수·허희수, 농심 신동원 회장과 아들 신상열이 대표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범한화가 출신으로, 한화그룹 창업주 고 김종희 회장의 차남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회장이 2세로 그룹을 이끌어 왔다.
김호연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과 차남 김동만 사장은 모두 3세 경영인이다.
장남 김동환 사장은 연세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거쳐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해 구매·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을 지냈고, 2024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업인 국내 사업의 고도화를 맡았다.
차남 김동만 사장은 이베이코리아(G마켓)와 물류 계열사 제때를 거쳐 2023년 해태아이스크림 전무로 들어갔으며, 2026년 4월 해태아이스크림이 빙그레에 흡수합병되면서 사장급으로 보임돼 해외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2세 김호연 회장이 정점에서 중심을 잡고, 3세 김동환 사장이 안방을, 김동만 사장이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은 영토 확장(해외 사업)을 분담하는 그림이다.
오뚜기는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1세, 그의 장남 함영준 회장이 2세다. 3세 경영을 준비 중인 인물은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와 장녀 함연지 씨 남매다.
함윤식 씨는 2019년 입사 후 경영관리부문 차장, 2023년 마케팅실 부장으로 올라섰고 현재도 경영관리와 마케팅실에서 국내 실무를 맡으며 안살림을 다지고 있다.
반면 장녀 함연지 씨는 2023년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마케팅팀에서 북미 시장 개척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2세 함영준 회장이 그룹 전체를 조율하는 가운데, 3세 함윤식 씨는 본사 내부 관리를, 함연지 씨는 미국 시장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최근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상미당홀딩스(옛 SPC그룹)는 고 허창성 창업주가 1950년대 ‘상미당’ 빵집을 열며 출발했고, 차남 허영인 회장이 2세로 체급을 키워 왔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회장과 차남 허희수 대표가 3세다.
상미당홀딩스는 올해 파리크라상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상미당홀딩스와 사업회사 파리크라상으로 쪼개졌다.
지주사인 상미당홀딩스의 주요 지분은 허영인 회장 63.5%, 장남 허진수 부회장 20.2%, 차남 허희수 대표 12.7%, 부인 이미향 씨 3.6%로 분할됐다.
지분율과 전문 분야에 따라 장남 허진수는 파리크라상 부회장으로 파리바게뜨와 파스쿠찌 등 제빵·외식 본업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차남 허희수가 비알코리아 대표로 배스킨라빈스·던킨과 함께 미래 신사업 및 안전 분야를 전담한다.
1세 허창성, 2세 허영인에 이어 3세 허진수·허희수의 이름이 지주사와 사업회사 체제에 동시에 올라가며 향후 형제간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둔 정교한 분업 승계의 판이 짜였다.
농심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창업주가 1세다. 장남 신동원 농심 회장과 동생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2세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3세 구도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사장을 중심으로 신시열 율촌화학 상무, 신승렬 메가마트 상무 등으로 이어진다.
핵심인 신상열 부사장은 2018년 농심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을 거쳐 구매담당 상무, 미래사업실장 전무를 지냈고, 2025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상열 부사장은 현재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포스트 라면’ 시대의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M&A를 총괄하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의 미래를 3세가 짊어진 셈이다.
식품업계 전반의 이러한 양상은 다른 식품기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오리온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이 1세, 그의 차녀 이화경 부회장과 사위 담철곤 회장 부부가 2세 라인이다. 3세 구도는 담 회장의 장녀 담서원 부사장이 잇고 있다. 담서원 부사장은 중국법인 등에서 실무를 거친 뒤 최근 부사장으로 올라 글로벌 및 신사업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 가문에 뿌리를 둔 CJ그룹 역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손가이자 고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회장이 경영을 확립했고,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이 4세 구도를 잇고 있다.
이선호 그룹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CJ제일제당 전략기획·M&A 부서와 CJ올리브네트웍스, CJ올리브영 지분 작업을 거치며 유통·IT·플랫폼 사업을 묶는 작업에 참여했고, 2022년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 담당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했다. 2025년에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CJ㈜ 미래기획그룹장을 겸임하며 지주사에서 투자·포트폴리오·신성장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복귀했다.
여동생 이경후 실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불문학과 조직심리학을 전공한 뒤 2011년 CJ㈜에 입사했다. CJ오쇼핑과 CJ E&M을 거치며 미디어·커머스 융합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2017년 CJ오쇼핑 상무대우, 2020년 CJ ENM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현재는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으로 방송·음악·콘텐트 IP를 아우르는 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K-푸드 삼세들의 독자적인 영역 구축은 철저히 해외 시장 성적표와 신사업 성과에 저울질되고 있다.
빙그레(김호연–김동환·김동만), 오뚜기(함태호–함영준–함윤식·함연지), 상미당홀딩스(허창성–허영인–허진수·허희수), 농심(신춘호–신동원–신상열) 등 각 집안 1·2·3세의 이름이 복잡하게 얽힌 이 분업의 판은 지분 물려주기를 넘어, 각자 능력을 입증해야만 온전한 경영권을 쥘 수 있다는 냉혹한 승계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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