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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자동차 밸류업 체크] 바퀴 달린 컴퓨터 시대, '오비고의 소망'

또한 AI 기반 콘텐츠·정비 서비스로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예측과 맞춤형 관리까지 제공하며... 오비고가 차량용 웹브라우저 고도화와 모빌리티 AI 전환(AX) 플랫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게 성과를...

[K-자동차 밸류업 체크] 바퀴 달린 컴퓨터 시대, '오비고의 소망'

자동차를 평가하던 전통적인 잣대들이 힘을 잃고 있다. 배기량·마력·연비 같은 '기계적 성능'이 평가의 잣대였다면, 이제는 자동차 선택 기준이 ‘소프트웨어’가 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엔진을 대신해 모터로 굴러간다. 전기가 동력원이 되는 순간부터 자동차는 기계와 전자제품 사이를 오간다. 이동수단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스스로 진화하는 '바퀴 달린 컴퓨터' 즉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를 상상하게 만든다.

/ 오비고 홈페이지 캡처

오비고는 차량용 브라우저, 앱스토어 등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스마트카 플랫폼'을 글로벌 완성차에 공급한다. OS 호환성, OTA 업데이트, 클라우드 연동을 기반으로 안전하고 확장성 높은 차량 내 서비스를 구현한다. 또한 AI 기반 콘텐츠·정비 서비스로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예측과 맞춤형 관리까지 제공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을 이끈다.

차량 부품사라 하면 흔히들 새시, 조향장치, 타이어까지 기계를 제조하는 곳을 떠올리지만 오비고(Obigo)는 '모빌리티'로 함축되는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오비고가 매출액 비중을 높이려는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생명과 직결되기에 안전성 검증이 매우 까다롭고, 표준화만 되면 진입 장벽이 높다. 다른 솔루션으로 교체하는 비용(Switching Cost)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락인(Lock-in) 효과'가 강력한 비즈니스로 '어떤 브랜드의 차량에 탑재되었는가'와 '얼마나 넓은 생태계를 확보했는가'가 오비고의 기업 가치가 결정할 것이다.

▲2026. 3. 27. 기준 오비고 주가 추이. /네이버금융

시장의 평가는 매일매일 주가로 나타난다. 그러나 근본적인 기업가치는 재무제표 숫자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오비고는 매출액의 2배 성장 등 사업의 변곡점을 지나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규 사업 진출 효과로 195억원의 매출액(전체 58% 비중)이 발생했다는 점이 경영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매출액이 133% 증가했다는 것보다 성장의 출처가 달라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오비고는 종속회사 카랑을 통해 기존 B2B 소프트웨어 공급자라는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이제는 차량 관리, 방문 정비, 수입차 부품 유통까지 아우르는 '토탈 차량관리 플랫폼'으로 경영 방침을 선회한 것이다. 재무적으로도 소프트웨어 로열티 구조에서 '중마진-대규모'의 플랫폼 서비스로 외형을 확장했다. 매출 볼륨이 커진 것 외에도 향후 데이터 비즈니스를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의 우려가 존재한다.

▲2025년 오비고 사업보고서 손익계산서. /DART

2025년 오비고의 영업손실은 20억원에 당기순손실 15억원, 그리고 2019년부터 지속된 누적 적자의 영향으로 재무상태표 결손금이 313억원에 달한다. 적자가 기업을 죽이지는 않는다. 대신 현금이 끊길 때는 무너진다. 오비고는 2019~2025년 누적 결손금 307억원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넘어 확장 중이다. 솔루션은 자금조달의 전환이다. RCPS(상환전환우선주)와 차입에 의존하던 구조를 IPO 이후 유상증자로 바꾸며 유동성 리스크를 제거했다. 조달된 자금은 단기금융상품으로 보수적 관리 후, 자회사 '카랑' 인수와 R&D 투자에 집중되며 외형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두 배 넘게 뛰었는데 왜 여전히 적자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누적 적자는 '성장통'에 가깝다는 회사의 항변이 있을 수 있으나 투자자는 냉정하게 판단한다.

오비고 적자는 원인을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첫째, 기업 인수(M&A)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통합 과정(PMI)에서의 운영비 발생. 둘째, 조직 재편에 따른 인건비 및 시스템 안정화 비용. 셋째, 신규 사업 런칭을 위한 초기 마케팅과 인프라 투자다.

이중 재무적 관점에서 '미래 수익을 위한 선투자'라고 볼 수 있는 숫자는 연구개발비(R&D)다. 오비고의 연구개발비는 약 20억원으로 매출 대비 14.7%다. 매출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R&D 비중을 오히려 더 높였다. 오비고가 차량용 웹브라우저 고도화와 모빌리티 AI 전환(AX) 플랫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게 성과를 낸다면 향후 기업 가치(Valuation)에 영향을 주는 트리거가 될 것이다.

▲2025년 오비고 사업보고서 현금흐름표. /DART

오비고 재무제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환'(Transition)이다. 매출 성장과 R&D 확대는 미래를 향한 의지로 읽히고, 적자는 그 대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는 카랑 인수 효과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R&D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IPO와 유상증자로 확보한 현금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단기금융상품에 머문 자금은 아직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흔적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변경과 지분 희석은 전략의 일관성과 리더십의 방향성을 재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이 기업의 성패는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확보한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성장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숫자는 준비를 마쳤고, 시장은 결과를 요구한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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