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사 전산운용비 1조565억원…전년비 9% 증가
키움·삼성 1000억원대로 업계 1·2위…전산 사고 예방에 촉각
24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의 전산운용비는 총 1조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숙영>
주식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가 최근 수년간 전산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증권사 전산 사고 문제가 계속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증권사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으로 전산운용비가 자리 잡는 모양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전산운용비는 총 1조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9697억원 대비 약 9% 증가한 것이다. 2023년(8538억원)과 대비해서는 24%가량 늘었다.
전산운용비는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정보보안, 전산 인력 인건비 등 IT 인프라 전반에 투입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단순한 비용 항목을 넘어 증권사의 서비스 안정성과 직결되는 핵심 투자로 평가된다.
키움·삼성증권 1000억원대로 업계 1·2위
증권사별로 보면 전산 투자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한 곳은 키움증권으로 1193억원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 특성상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한 IT 투자 확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뒤를 이어 삼성증권(1173억원), 미래에셋증권(982억원), KB증권(755억원), 신한투자증권(700억원)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각각 700억원 이상의 전산운용비를 집행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전산운용비 상위권 증권사들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비용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리테일과 자산관리(WM), 글로벌 투자 등 서비스가 확대되며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권사 2024~2025년 전산운용비 현황.<자료=금투협 공시시스템>
중위권은 상위권에 비해 전산운용비를 훨씬 적게 사용했다. NH투자증권(382억원), 한국투자증권(351억원), 대신증권(343억원), 토스증권(323억원), 하나증권(314억원) 등 증권사 5곳이 300억원대 전산운용비를 사용했다.
중위권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한투증권이다. 자산 규모, 사업 확장 속도 등을 고려할 때 한투증권의 전산 투자 규모는 다른 곳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기준 업계 1위를 차지한 증권사다.
특히 지난해 한투증권의 전산운용비가 전년 대비 감소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24년 한투증권 전산운용비는 480억원이었는데, 지난해(351억원)에는 이보다 27%가량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위권에서 한투증권 외에 대신·하나증권의 전산 투자도 소폭 줄었다. 다만 대신증권은 2024년 376억원에서 2025년 34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고, 하나증권은 315억원에서 314억원으로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투증권은 이를 회사별 계정 항목 반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전산운용비에 포함되던 외주용역비를 다른 계정으로 분류하며 축소된 것처럼 보이게 됐다”며 “회계 상 착시로, 실제로는 전산운용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계속되는 전산 사고…전산운용비 확대 노력
전산 사고는 증권사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사용자는 늘었는데 증권사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여기저기서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1~2025년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에서 발생한 전산 사고는 총 200여건에 달한다.
올해도 전산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에서 서비스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9일에는 국내 증권시장의 중심인 한국거래소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해 증권사 전체에서 전산 문제가 줄줄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국은 금융사의 IT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사고에 대해) 금전적 측면에서 확실한 페널티를 부과해 초기 IT 투자에 더 신경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유입 증가와 함께 전산 시스템 안정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문 지연, 접속 장애 등 전산 사고는 단순 불편을 넘어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의 핵심 영역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들은 MTS·HTS 등과 관련된 전산 사고를 큰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며 “전산운용비를 확대하는 것도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IT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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