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지자체들이 협동조합 구성, 부지 확보 등에 힘쓰고 있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보은군 제공]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우리 농촌은 지금 지속 가능성이라는 절박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동시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답이 ‘햇빛소득마을’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고 그 수익을 마을공동체가 공유하는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이다.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햇빛소득마을이 지역(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고 공동체 기반을 강화하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전력 계통 연계의 기술적 한계와 주민 간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 관리, 여기에 영농형 태양광의 법적 기반 마련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추진계획과 우수 사례로 평가 받고 있는 경기도의 모델을 살펴보고 전문가들로부터 사업 안착을 위한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 매년 500개씩 2030년 2500개 이상 햇빛소득마을 조성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햇빛소득마을 확산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본격적으로 햇빛소득마을 전국 확산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이 주도하고 지역이 함께 혜택을 공유하는 마을 태양광 모델이다. 특히 고유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태양광 확대 보급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2030년 2500개 이상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목표로 우선 올해 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선정할 계획이다.
마을 선정은 사업 준비도에 따라 신청 접수 기간을 1~2차로 구분, 1차는 다음 달 말까지, 2차는 7월 말까지 접수한다. 정부는 협동조합 구성 정도, 주민동의 확보 수준, 부지 확보, 자금조달 준비 정도 등 사업 준비도와 지역별 사업수요를 고려하되 특정 지역이 과도하게 편중되지 않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협동조합 구성, 부지 확보 등 준비도가 높은 마을은 조기 성과창출이 가능하도록 7월까지 선정을 마치고 추가 준비가 필요한 마을에 대해서는 7월까지 신청을 받아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후 1차 접수된 마을은 8월부터, 2차 접수 마을은 10월부터 사업 착수에 나선다.
이와 관련 사업 신청을 희망하는 마을의 체계적인 사업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광역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관계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현장지원단을 구성‧운영해 사업 전 과정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할 방침이다.
더불어 협동조합 설립 지원을 위한 컨설팅은 관련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사회연대경제조직과 희망 마을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사업 부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마을 유휴부지나 공공부지 중심으로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저수지, 비축 농지 등 유휴부지를 조사‧발굴, 정보를 민‧관합동 현장지원단과 지방정부에 제공하고 마을 요청시 입지 검토, 현장 확인 등을 통해 태양광 설치 가능 여부를 신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관계부처의 지원도 다각적으로 이뤄진다. 농식품부는 범정부 협력으로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며, 관계기관 협력체계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사업 초기 마을 주민들의 이해도가 낮은 경우 참여기반을 형성하고 조합을 구성하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 농어촌공사 지사와 지역 농협 조직이 지방정부와 협력해 조합 구성 과정에 대한 컨설팅과 자문 등 현장 지원을 신속히 지원하기로 했다.
부지와 관련해서도 농어촌공사가 보유 중인 비축농지, 저수지 등 농업 기반 자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지방정부와 마을과의 매칭을 통해 실제 사업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입지 적정성 검토, 부지 확보 자문 등 후속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햇빛마을 조성을 위한 재원의 경우 농협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위해 농협은 마을 주민의 초기 자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 금융과 연계한 저리 대출, 조합 단위 공동출자, 지역주민 참여형 펀드 조성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발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넘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정책”이라며 “햇빛소득마을이 마을 공동체의 실질적인 소득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도 전력계통 연계 지원을 위해 햇빛소득마을은 계통 우선 접속이 가능하도록 관련 전기사업법, 분산에너지특별법 등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또 마을의 초기 투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태양광 설치비를 지원해 사업 착수 여건을 개선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마을기업 보조금, 특별교부세 등 다양한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 경기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경기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 주목
정부가 전국 단위의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밝히면서 경기도의 추진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경기 여주시 구양리의 ‘햇빛두레 발전소’는 대표적인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모델로 손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국내 최초의 ‘햇빛두레 태양광 발전소’ 운영 사례로, 주민들은 2021년 발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발전소 지분 100%를 마을 공동체가 보유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2022~2024년 동안 약 16억7000만 원 규모로 추진된 이 사업은 상수원 보호 구역 지정에 따른 한강수계 관리기금을 바탕으로 조성한 마을 자산과 경기도 ‘사회적경제 금융지원 사업’을 통한 대출,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발전소 용량은 997.92kW로 월평균 약 110M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월 1000만 원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발전 수익은 마을 공용 차량 운영, 마을 식당, 공원화 사업 등 공동체 복지에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의 또다른 사례로 재생에너지 확산 모델로 추진된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이 있다. 경기도는 2023년 ‘경기 RE100 비전’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기존 에너지 자립 마을 사업을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로 확장했다. 10세대 이상 농촌 마을 공동체를 대상으로, 총사업비의 80%를 지자체가 지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포천시 마치미 마을은 33세대가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에 참여, 총 495kW 규모의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이를 위해 가구당 550만 원을 투자, 월평균 2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이들 두 사례의 차이점을 꼽자면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는 주민이 사업주체로 100% 지분을 갖고 재원조달부터 이익 분배까지 주민이 주인이 돼 추진되는 주민 자립형 모델인데 반해 경기도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은 광역자치단체의 경기도가 주체가 돼 주민의 공동 참여를 통해 재원과 이익분배가 이뤄지는 정책 확산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향후 과제는
정부가 일단 전국 단위의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선언했지만 향후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오년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햇빛소득 정책은 임대료 지급이나 일회성 보상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지분 참여와 배당 구조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 정책금융, 지자체 보조금, 공공기관의 선투자 등을 결합한 재원 조달 체계 구축을 통해 주민의 초기 부담 완화와 현금 배당 외에 다양한 형태의 소득 구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오 부연구위원은 “농지 이용을 수반하는 햇빛소득 정책은 식량안보와 농업 지속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만큼 영농형 태양광을 중심으로 농업 생산을 유지하면서 발전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되 수확량 유지 기준의 제도화, 직불제와의 연계, 품목별·지역별 가이드라인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옥 전국햇빛나눔영농형태양광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영농형 태양광의 핵심은 리·동 단위가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리·동 단위에서 경기 구양리처럼 공유지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의 통과”라며 “이 법안을 통과시켜 REC 가중치가 조정돼야 사업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재우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 역시 햇빛소득마을의 진행을 위해서는 영농형태양광 관련법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총장은 “농어촌공사가 소유한 농지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 영농형태양광이 의무화 돼 있어 관련법 부재로 사업 일부가 제한될 수 있다”라며 “이외에도 여러 시공기준이나 사후관리 기준 등에 대해서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 사무총장은 “햇빛소득마을의 취지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마을 공동체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런데 에너지 정책자금 대출 85%를 제외한 15%의 자부담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안병준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회장은 “주민 70% 이상이 찬성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10명 이상이 출자했을 때, 출자자만 배당을 받는 게 아니라 전체 주민이 고르게 수익을 나누게 된다”라며 “이 경우 누가 나서서 출자를 할 것인지 모호해진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태양광 부지 역시 정부는 농지은행이 매입한 토지나 농어촌공사의 수로 등을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특정지역에만 국한된 사항이고 한국전력 계통연계가 불가능한 지역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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