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개량, 경험 넘어 과학으로…유전체 분석 기술이 미래 축산의 핵심
유전체 분석 발전
우량 암소 조기 선발 움직임 확대
개량 속도 높이고 기회비용 줄어
기존 혈통·체형·도체
번식성적 정보 통합 반영
현장 적용·과학적 정확도 동시 확보
우수 씨수소 정액 둘러싼
과열 유통과 쏠림 바로 잡아야
유전체 분석 사용되는
유전자 칩 다양성 넓혀
데이터 표준화에 활용 필요
분산된 개량 사업 일원화 해야
국가 차원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농수축산신문=박현렬·김신지 기자]
한우 개량이 유전체 분석 기반의 정밀·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우량 암소 선발과 정액 유통 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종축개량협회 제공]
최근 생산비 상승과 경기 불황이라는 이중고 속에 한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축개량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가축개량의 기본인 우량 개체 선발·도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한우 정액 거래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액에만 의존할 수 없는 가축개량의 구조적 한계로 우량 암소 선발은 개량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유전능력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체의 체형과 외모 형질을 평가하는 선형심사는 번식 가치와 개량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며 실제 현장에서 성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체 분석까지 결합되며 우량 암소를 보다 조기에 선발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유전정보 기반 선발과 선형심사가 결합될 경우 개량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의 핵심요소, 한우개량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 방향을 가늠해 본다.
유전체 상위 20% 암소.
# 유전체 기반 가축개량 본격화
최근의 한우개량 기술은 기존의 표현형과 혈통 중심의 후대검정 방식에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첨단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개체의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개량 방식이 도입되면서 정확도는 물론 개량 속도까지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개체의 표현형과 혈연관계 자료를 바탕으로 선발과 도태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실제 유전적 정보를 기반으로 육종가를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조기 선발이 가능해 세대 간격이 단축되고 연간 유전적 개량량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경제형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고능력 개체 선발, 맞춤형 교배계획, 근친 교배 방지 등도 가능해졌다. 특히 암소에 적합한 씨수소를 선택하는 등 개별 농가 맞춤 컨설팅도 실시되면서 농장 생산성 제고와 경영 합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변화에 대응해 한국종축개량협회(회장 이재윤, 이하 종개협)는 2019년 육종·유전체 분야를 통합 관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유전육종사업부’를 신설했다.
또한 유전체 분석 호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체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40여 종의 칩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했다. 시료 채취부터 DNA 분석, 유전체 정보 생성, 농가 방문 컨설팅까지 전 과정이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춰 신속하고 정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유전체육종가(GEBV)는 기존 표현형 성적과 혈통자료에 유전체 데이터를 더해 형질별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수치다. 이 수치는 한우의 경우 도체·체형·번식 형질, 육우는 생산·기능성·건강·체형·유전적 특성, 종돈은 검정·번식 형질 등으로 나뉘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농가는 이 유전체육종가와 종합선발지수를 바탕으로 선발·도태를 전략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맞춤형 교배계획을 통해 더욱 효율적인 개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종필 종개협 유전육종사업부 유전체분석팀장은 “유전체 분석을 통한 선발체계 구축으로 조기에 우량 암소 집단이 많이 확보되면 세대가 단축되고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4~5년에 걸쳐 이뤄졌던 개량을 생후 10개월에 유전체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획기적으로 개량 속도를 높이고 빠른 도태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한우 개량 방식은 기존 혈통을 이용하는 방법에서 보유 암소의 유전적 특성을 유전체 분석을 통해 먼저 확인한 후 그에 맞는 씨수소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암소 유전체를 분석하면 도체중, 등심단면적, 근내지방 같은 형질별 강점과 약점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보유 암소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씨수소 정액을 고를 수 있어 효율적인 계획 교배가 가능하다.
박병호 축과원 가축개량평가과 과장은 “한우 개량은 씨수소 정보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암소의 유전능력을 먼저 이해하고 시행해야 효율적”이라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농가의 특성에 맞는 개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체 분석이 DNA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개체 능력을 예측하고 개량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 유전체 분석 바탕으로 세대 간격 줄이고 생산성 확보해
이 같은 이유로 종개협은 한우 개량을 위한 유전체 기반 서비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혈통자료에 유전체 데이터를 접목해 도체, 체형, 번식 형질 등 총 26개 형질의 관련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밀한 육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종개협은 현재 1000만여 마리에 달하는 혈통·육종가 기초자료와 함께 우량암소·고등등록우에 대한 유전체 정보도 보유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도체중 △배최장근단면적 △등지방두께 △근내지방도 등 도체형질 4종과 △키 △몸길이 △체심 △가슴너비 등 체형 형질 20종, △번식 간격 △초산 월령 등의 번식형질 2종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완료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한우 암소의 유전체 육종가, 형질별 선발지수와 개량 정확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농가 맞춤형 교배계획 수립과 정액 선택, 개체 선발 등에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해졌다.
종개협은 2019년 유전체분석실을 설치해 유전자 분석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0년 9월에는 국제가축기록기관(ICAR)으로부터 유전체 데이터 분석센터 인증·친자확인 국제인증마크를 획득했다. 이를 통해 유전체 분석 샘플 수집부터 유전능력 평가, 현장 컨설팅에 이르는 ‘원스톱 시스템’을 완비했다.
특히 유전체 자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선발지수 평가법은 기존의 혈통·체형·도체·번식성적 정보를 통합적으로 반영해 현장 적용성과 과학적 정확도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찬형 종개협 유전육종사업부 유전체분석팀 과장은 “우량 암소의 선발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농가의 경영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개체별 맞춤 교배 설계로 정액 쏠림현상 해소도 가능하다”며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번식 전략이 가능해졌으며 앞으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고도화된 개량 서비스를 통해 한우산업의 품질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종개협은 2020년 경기도와 함께 젖소 농가를 대상으로 유전체 기반 개량 서비스를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로부터 한우 암소 유전체 사업을 위탁받아 본격적으로 농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 우수 정액 유통 ‘과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량 체계의 핵심 요소인 우수 씨수소 정액을 둘러싼 유통 문제는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한우 정액은 대부분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우수 개체의 정액은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구조로 일부 인기 정액에 수요가 집중되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10만 마리의 씨수소가 있다고 해도 농가에서 선호하는 우수 개체의 정액은 상위 10마리분에 한정되는 등 극소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급 부족과 경쟁 심화로 인해 웃돈 거래와 재판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정가 1만 원 수준의 정액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이상까지 거래되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일부 농가에서는 원하는 정액을 확보하기 위해 비공식 거래나 중고 시장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 유통업자까지 등장하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우수 정액에 대한 과도한 쏠림은 다양한 유전자 활용을 저해해 장기적으로는 개량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라도의 한 한우 농가는 “개량에 관심이 있는 농가들은 웃돈을 주고 우수 정액을 구매해 인공수정을 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정액 판매가 추첨제로 진행되다 보니 원하는 정액을 얻지 못하는 농가가 정액을 얻은 농가보다 많아 정액만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씨수소의 마릿수가 늘어나도 농가마다 선호하는 정액은 비슷한 만큼 정액 쏠림 현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농가 간에 이뤄지고 있는 정액 거래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부터 농가에 제공했던 우수 한우의 유전능력 정보를 정액 거래 문제 때문에 제공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개량을 통해 우수한 유전자를 만들어야 농가 소득이 향상되고 한우 산업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유전능력 정보는 앞으로도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전체 분석 유전자 칩, 다양성으로 나아가야
한우 개량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유전체 분석에 사용되는 유전자 칩의 기술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국내 한우 유전체 분석에는 외국계 기업의 유전자 칩이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일루미나와 써모피셔 제품이 사용된다. 두 칩은 모두 단일염기다형성(SNP)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술적 특성과 활용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루미나 칩은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높은 재현성과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일한 시료를 반복 분석했을 때 결과의 일관성이 높아 국가 단위 평가 시스템 구축에 유리하다.
반면 써모피셔 칩은 비교적 최근 도입됐지만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시장에 도입된 이후 유전체 분석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이 가능해 민간 분석기관을 중심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축산업계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 칩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기술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러 플랫폼이 공존할 경우 가격 경쟁이 촉진되고 기술 발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석 칩이 다양하게 운영되면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보다 폭넓게 축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서로 다른 칩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통합·비교하는 체계를 구축할 경우 분석 신뢰성을 높이고 개량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정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단일 플랫폼 중심 구조가 형성될 경우 가격 상승이나 기술적 문제 발생 시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유전체 분석은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가 핵심인 만큼 다양한 칩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표준화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우 유전체 분석이 정밀 축산의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간 균형과 다양성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개량 총괄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제기돼
일각에서는 현재 축과원,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 종개협 등이 각자의 역할에 맞춰 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가축개량이 이뤄지기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각 기관마다 추구하는 개량사업 방향이 다르고 농가가 추첨을 통해 받은 정액을 거래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국가 차원에서의 통합 개량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나 역할 등을 빼앗길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승희 농협경제지주 뿌리농가육성팀 연구역은 “일본의 가축개량센터가 농림수산성 산하에 서 총괄적으로 개량을 담당했는데 비슷한 방향으로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앞으로 개량을 어떻게 추진할지 정하고 실제 우리나라에 일본의 사례가 적용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 [Interview] 임다정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유전체 분석 강점은 객관성…수치화된 데이터 통해 농가에 명확한 기준 제시
한우 개량 방식이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유전체 분석 기술이 미래 축산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다정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는 “유전체 분석은 단순한 혈통 평가를 넘어 DNA 자체를 분석해 개체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체 분석의 가장 큰 장점은 객관성이다. 과거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수치화된 데이터를 통해 농가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농가 입장에서는 ‘잘 클 것 같다’는 추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 경영 판단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유전체 분석은 확률 기반 기술로, 조기 선발과 도태를 통해 개량 속도를 높이고 기회비용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축개량 유전체 분석에는 SNP 분석 칩이 활용된다. 이는 수백만 개의 유전자 정보 중 주요 지점을 추려 반도체 칩 형태로 만든 것으로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
임 교수는 “동일한 경제형질을 관측하더라도 SNP 칩의 경우 제조사 별로 분석하는 방법이 상이하거나 결과 분석지 형태가 다를 수 있지만 결국에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확보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 방법을 연구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체 분석은 개량의 정확도를 높이고 신규 형질을 발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정밀 축산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다”며 “개체별 맞춤 사양, 메탄 저감 지표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축산업 등 다양한 부분에서 유전체 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가축개량의 발전을 사람이 유전체 분석을 활용해 정밀 의료로 나아가듯 축산 또한 정밀 축산으로 발전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체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양관리와 개량을 수행하는 정밀 축산 시대에는 유전체 분석이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가축개량의 방향은 데이터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렬·김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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