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에너지 정상화 시점 불투명”…경기 위축 압력
무분별한 재정 확대, 물가 자극하고 건전성 훼손
보편 지원 대신 취약계층 ‘핀셋 지원’ 집중해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란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장기적인 상흔을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중동 지역에서 휴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미 누적된 충격이 성장 둔화와 생활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전날 워싱턴DC IMF 본부 연설에서 "이번 전쟁이 남긴 '상처 효과'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예상보다 더딘 성장 궤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당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기술 혁신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글로벌 경제는 이번 전쟁으로 전반적인 생활 수준 저하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를 두고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전쟁이 6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확실성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맞물리면서 국제유가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정상화와 주요 석유·가스 시설의 생산 회복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자체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평화가 유지되더라도 성장률은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별 영향은 차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저소득 국가, 소규모 도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각국이 수출 제한이나 가격 통제 등 보호주의적 조치에 나설 경우 글로벌 경제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자국 이익만을 앞세운 수출 통제나 가격 규제 등 '각자도생'식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는 글로벌 여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책 대응의 방향성도 제시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광범위한 감세나 보편적 에너지 보조금보다는 취약 계층을 겨냥한 선별적이고 일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재정 확대는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이 성급한 기조 전환을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수준은 신중하게 유지하되 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히 대응할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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