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확대 속 첫 수주 레퍼런스 확보
지속 수주와 생산 능력 확대 여부가 관전 포인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을 처음으로 수주하며 육상 전력 시장에 진입했다. 선박용 엔진 중심 사업에서 데이터센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지속적인 수주와 설비 증설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 사업이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업체 아페리온 에너지 그룹(Aperion Energy Group)과 20MW급 힘센엔진(HiMSEN)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684MW, 금액은 6271억원이다. 이번 물량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활용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자료 갈무리. / 표=김은실 디자이너.
HD현대중공업이 선박과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조선사라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업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동안 선박용 엔진은 데이터센터와 접점이 크지 않은 분야로 여겨져 왔다. 데이터센터의 자체 발전 전력 공급에는 주로 가스터빈이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가스터빈의 높은 비용과 긴 납기가 한계로 부각됐다. 이후 엔진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고, 핀란드 선박 엔진 업체 바르질라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가스엔진을 공급하는 사업을 수주하며 시장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읽고 독자 기술로 개발한 4행정 중형 엔진 ‘힘센엔진’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번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로, 국내 선박 엔진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수주 레퍼런스를 쌓게 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이 육상 전력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가스터빈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부각되며 엔진 기반 전력 설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의 AI 데이터센터용 엔진 매출이 2028년 약 2010억원에서 시작해, 2029년 4행정 엔진 생산능력을 2.2GW까지 확대할 경우 약 2조원의 매출과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이번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대표는 “이번 계약은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발전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박용 엔진의 데이터센터 활용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경쟁이 빠르게 격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한화엔진이 데이터센터용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4행정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STX엔진 역시 잠재적 참여 후보로 거론된다.
한 에너지업계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자체 전력원 도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엔진은 가스터빈을 대체하기보다는 프로젝트별 조건에 따라 선택되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력 확보 방식이 다변화되는 흐름 속에서 엔진 역시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중장기적으로도 SMR(소형모듈원전) 등 신규 전력원이 상용화될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의 수요가 분산되며 성장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HiMSEN). / 사진=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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