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선택과 집중’…환경 줄이고 반도체 키운다
GS, ‘캐시카우’ 이니마 처분…태영·IS동서, 환경자산 매각
건설업계에서 환경사업에 관한 열기가 식고 있는 반면, AI와 반도체 관련 사업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챗GPT>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수처리·폐기물 등 환경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환경사업 매각 움직임은 최근 1~2년 사이 뚜렷해졌다. 환경 자회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에너지·AI 인프라 등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대 초 ESG 경영 강화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목표로 환경업체 인수 경쟁이 치열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시 대형 건설사들은 사명까지 바꿔가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2021년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바꿨다. 여기서 ‘이앤씨(E&C)’는 에코 앤 챌린지(Eco & Challenge)의 약자다.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간판을 바꿨다.
SK에코플랜트 사옥.<인사이트코리아DB>
환경 줄이고 반도체 키우고…SK에코플랜트 ‘선택과 집중’
특히 지난 2021년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냈다. 구체적으로 ▲환경사업 ▲신재생에너지 설비 개발·제조·판매 ▲자원 재활용 ▲폐기물 수거·분류·소각·매립 등을 사업 목적에 포함시켰다.
간판을 바꾼 지 4년 만에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및 환경 사업’ 중심 전략에서 ‘반도체·AI 기업’으로 방향을 재조정했다. 지난해에는 환경 사업의 초기 동력이었던 자회사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의 지분 전량을 글로벌 투자회사 KKR에 매각했다.
알짜 회사인 SK오션플랜트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2022년 SK오션플랜트를 인수했다.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해양플랜트, 특수선 건조, 조선, 선박 수리·개조 등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해상풍력 밸류체인 확장의 핵심 계열사로 평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 매각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 조선업 지원 정책(MASGA) 등 대외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조선·해양플랜트 업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이 ‘고점 매각’의 적기라는 시각과,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보유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SK오션플랜트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수익성 지표는 최근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매출액은 2024년 6626억원에서 2025년 9653억원으로 3027억원(약 46%)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417억원에서 595억원으로 178억원(약 43%) 늘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 매각과 관련해 디오션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매각 여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고, 협의 기한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다양한 대외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반도체 자회사 편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반도체·AI 기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하며 SK그룹 내 반도체 소재·인프라 관련 계열사들을 하이테크 사업 부문로 편입했다. 구체적으로는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앤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이다.
2018년 GS이니마가 스페인에 준공한 라가레스 수처리시설.<인사이트코리아DB>
GS건설, ‘캐시카우’ 이니마 매각…신사업 투자 재원 확보
GS건설도 GS이니마 매각을 결정하며 환경사업 정리 흐름에 합류했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Inima를 인수하며 상·하수도 운영 역량을 확보하고 산업용수 관련 자산을 확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GS이니마 지분 매각을 위한 주식양도계약 체결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며 관련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GS이니마는 스페인에 기반을 둔 수처리 기업이다. 해수담수화와 하·폐수 처리 시설의 투자·건설·운영을 아우르는 사업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단순히 시설을 지어주는 EPC(설계·조달·시공)에 그치지 않고 Q&M(관리·운영)까지 직접 수행한다는 점에서, 장기 운영 계약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실적 변동성이 낮은 사업 구조를 갖춘 것이 강점이다. 실제로 GS이니마는 해외 수처리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GS건설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업계에서는 캐시카우 자산 매각 배경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를 꼽는다. 현재 GS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해 해외 시장 확대와 신사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 대금을 통해 모듈러 건축을 비롯해 해외 도시개발, 데이터센터, 원전 등 신사업 및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매각 자금 운용에 관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재편 및 핵심사업 집중을 위한 것”이라며 “매각 규모는 12억 달러, 한화로는 1조677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을 양수한 법인은 아부다비 국영에너지회사(TAQA)로, 매각 대금은 2026년 말 유입될 예정이다.
태영건설 사옥.<태영건설>
태영건설·IS동서, 환경자산 매각…재무개선 속도
중견 건설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은 지난 2024년 핵심 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비트를 IMM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2조7000억원은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구조 정상화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에스동서(IS동서)·E&F PE 컨소시엄도 올해 산업폐기물 업체인 코엔텍을 매각한다. 코엔텍은 울산·경남권을 기반으로 산업폐기물 중간처리 및 소각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정유·자동차·조선 등 대형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가 주력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한 수익 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매각 규모는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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