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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FP&A 조직의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이장환 박사의 FP&A 인사이트]

이 말은 숫자를 다루는 FP&A 조직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아무리 정교한 예측 모델과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었더라도, 그 결과가 현업 부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재무 보고서는 한낱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분석가를 넘어 비즈니스 파트너로

이장환 재무금융학 박사 [現 SK에코프라임 CFO, 前 AK홀딩스 CFO(CSO 겸직)]

“경영은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예술이다.”

이 말은 숫자를 다루는 FP&A 조직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아무리 정교한 예측 모델과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었더라도, 그 결과가 현업 부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재무 보고서는 한낱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FP&A의 진정한 힘은 엑셀 시트 안이 아니라, 분석된 수치를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변화의 방향으로 이끄는 ‘영향력’에서 나온다.

지난 칼럼들에서 필자는 예산, 예측, 투자 등 FP&A의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강조해 왔다. 이제 이 모든 도구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재무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의 정수를 논하고자 한다. CFO와 FP&A 조직이 단순한 ‘숫자 비판가’를 넘어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역량을 제언한다.

책상을 떠나 사업적 통찰력(Business Acumen)을 갖춘 현장 파트너가 되어라

도요타(Toyota)는 '도요타 웨이(Toyota Way)'가 강조하는 핵심 원칙 중 하나로 '현지현물(現地現物, Genchi Genbutsu)'을 꼽는다. 문제가 발생한 현장에 직접 가서 실물과 실제 상황을 확인한 뒤 판단하라는 뜻으로, 보고서의 숫자나 회의실의 추측만으로는 현장의 진짜 문제를 짚어낼 수 없다는 철학이다. 이 원칙을 재무 조직에 적용한다면, FP&A 담당자는 원가나 수익성 변동의 원인을 숫자로만 재단하지 않고 생산 라인이나 매장, 물류 현장을 직접 찾아 병목과 비효율을 눈으로 확인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재무 부서가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사무실에 앉아 현업 부서의 성과를 숫자로만 재단하는 것이다.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쏟아내는 재무적 권고는 현업 부서에 ‘간섭’이나 ‘통제’로 읽히기 십상이다. 훌륭한 FP&A 리더는 숫자의 이면에 숨겨진 현장의 치열한 고민과 병목 구간을 꿰뚫는 날카로운 사업적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FP&A는 현업 부서와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언어를 공유해야 한다. 매출 하락의 원인을 논할 때 재무적 비율만을 따지기보다, 고객의 반응 변화나 가치 사슬(Value Chain)의 물리적 한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숫자라는 추상화된 결괏값 뒤에 숨은 '현장의 진실'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바탕이 될 때, 재무적 제언은 비로소 권위를 얻고 실행력을 담보하게 된다. “우리는 당신들을 감시하는 경찰이 아니라, 당신들의 성공을 돕는 파트너다”라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리더십의 시작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통해 데이터의 정직성(Data Integrity)을 확보하라

2006년 포드(Ford)의 신임 CEO 앨런 멀랠리(Alan Mulally)가 주재한 첫 임원 회의에서, 회사가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모든 부서장은 문책을 두려워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녹색(정상)'으로 보고했다. 며칠 뒤 한 임원이 신차 출시 지연을 인정하며 유일하게 '적색(위험)' 표시를 띄웠을 때, 멀랠리는 질책하는 대신 박수를 치며 "문제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어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순간부터 포드의 데이터는 투명해졌고, 기적적인 턴어라운드가 시작되었다.

FP&A의 숙명 중 하나는 경영진에게 이러한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가 저조한 부서를 질책하는 방식의 소통은 현업 부서가 데이터를 숨기거나 왜곡(Manipulation)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재무 리더는 조직 내에 ‘숫자를 솔직하게 공개해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제공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곧 데이터의 정직성(Data Integrity)으로 이어진다. 리더는 “왜 숫자가 이 모양인가?”라는 질책 대신, “데이터가 위기를 가리키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자원을 재배분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해결 중심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숫자를 사람을 치는 ‘채찍’이 아닌 미래를 비추는 ‘등불’로 사용할 때, 비로소 투명한 데이터 기반 경영이 가능해진다.

조직의 '재무적 문해력'을 높여 전 부서를 미니 CFO로 코칭하라

미국의 중견 제조기업 SRC 홀딩스는 '오픈북 경영(Open-book Management)'을 통해 말단 공장 근로자들에게 회사의 손익계산서 읽는 법을 가르쳤다. 현장 작업자들이 장갑 한 켤레를 아끼고 기계 고장을 줄이는 것이 회사의 영업이익과 자신의 성과급에 어떻게 직결되는지 스스로 깨닫자, 파산 위기였던 회사는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FP&A 조직의 전문성은 독점이 아니라 확산될 때 가치가 커진다. 진정한 재무 리더는 비재무 부서 구성원들도 재무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이는 전 조직의 재무적 문해력(Financial Literacy)을 높여, CFO의 전략적 제언이 조직 전체의 실천으로 즉각 ‘동기화’되게 만드는 과정이다.

현업 담당자들이 자신의 활동이 전사적 기업가치(V)와 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게 될 때,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와 질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복잡한 재무 개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번역하여 전파하라.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미니 CFO’처럼 사고하며 가치 창출에 기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FP&A 리더십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지점이다.

결론: 숫자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이러한 리더십의 원칙들이 실제 우리 조직의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마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성찰의 지표'들이 귀사의 FP&A 조직 역량을 다시 점검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FP&A는 이성과 논리의 영역이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동력은 감성과 신뢰다. 숫자는 차가운 이성으로 분석하되, 그 결과를 전달하고 실행을 이끄는 리더십은 조직원을 움직이는 뜨거운 열정을 품어야 한다. CFO가 숫자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들과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기업은 비로소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

이제 조직 내부의 리더십과 소통 체계를 정비했다면, 우리의 시선을 한국 기업 경영의 현실로 돌려볼 때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화려한 사례 뒤에 숨겨진,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투박하지만 절박한 과제들은 무엇인가? 다음 편에서는 시리즈의 막바지를 향하며, <한국 기업 FP&A의 현실과 과제: K-경영의 고도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우리 기업들이 마주한 장애물과 이를 넘어서기 위한 실천적 로드맵을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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