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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Fin셋리뷰] 중국이 턱밑까지 왔다…LG TV 전략의 다음 수

이 제품은 BT2020, DCI-P3, Adobe RGB 등 3개 기준에서 모두 100% 컬러 인증을 받았고, OLED에 적용한 알파11 AI... AI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LG전자는 이번 신제품에 코파일럿, 제미나이, 챗GPT 기반 검색과 추천 기능을...

[Fin셋리뷰] 중국이 턱밑까지 왔다…LG TV 전략의 다음 수

2억대 시장 정체…중국 추격 속 흔들리는 TV 판도

OLED 한계·LCD 압박…LG ‘투트랙 전략’ 선택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글로벌 TV 시장은 연간 2억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과 수요 둔화 속에서 ‘돈이 안 되는 산업’으로 굳어져 왔다. 코로나19 기간 확대됐던 수요도 빠르게 식으며 시장은 2억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고, 교체 주기는 길어졌다. 업계가 신제품을 내놓는 3월이 예년만큼 들뜨지 않는 이유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그라운드220에서 '2026년형 TV 신제품'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사진=김희연 기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LG전자는 지난 25일 열린 신제품 설명회에서 2026년형 OLED TV인 'LG 올레드 에보(evo)' 라인업과, LCD TV인 'LG 마이크로 RGB 에보' 제품군을 함께 전면에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OLED 화질 진화와 신형 LCD 공개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올레드 대중화’와 ‘LCD 고급화’를 동시에 추진해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OLED 대중화 정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사업 구조를 다시 짜려는 시도로 읽힌다.

현재 전체 TV 시장은 여전히 LCD가 장악하고 있고, OLED는 프리미엄 시장을 담당하는 소수 제품군에 가깝다. 글로벌 TV 시장 약 2억대 가운데 OLED는 약 1천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TV 시장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LCD는 판매량을 책임지는 볼륨 시장이고, OLED는 높은 가격과 브랜드 프리미엄을 통해 수익성을 떠받치는 시장이다.

문제는 어느 한쪽만으로는 사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OLED는 구조적으로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LCD는 물량은 크지만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TV 제조사들은 ‘많이 파는 제품’과 ‘비싸게 파는 제품’을 동시에 가져가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 지점에서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한국 기업들에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과 중고가 시장을 양분하며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인접 구간까지 빠르게 침투하면서 경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옴디아와 증권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4% 안팎 점유율을 기록하며 두 회사만으로도 약 30% 규모로 성장했고, 2024년에는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주요 업체 합산 점유율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처음 넘어섰다.

TV 시장은 상위 5개 브랜드가 매출의 70%대 중후반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점유율 변화는 곧 시장 주도권 이동으로 이어진다.

과거 OEM·ODM을 통해 생산 역량을 쌓은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자체 브랜드로 전면에 나서면서, 경쟁의 축도 달라지고 있다. 기술 격차는 줄어드는 반면 가격 경쟁력은 더 크게 부각되는 구조다. 특히 초대형 LCD 시장에서는 성능 차이보다 가격 차이가 더 크게 인식되면서 중국 제품으로 수요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전통적 방어선이었던 프리미엄 TV OLED 역시 기대만큼 빠르게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OLED는 공급량 자체가 제한적이고 가격 문턱도 높다. 특히 부품·소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도 OLED 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상위 LCD 모델과의 가격 격차를 줄여 소비자 저변을 넓히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결국 OLED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방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LCD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LG전자가 내놓은 답이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그 중심에 선 제품이 ‘마이크로 RGB’다. LG전자는 이번 설명회에서 OLED뿐 아니라 RGB 광원을 적용한 프리미엄 LCD를 전면에 배치했다. 기존 LCD가 백색 LED 기반이었다면, 마이크로 RGB는 적·녹·청(RGB) 광원을 활용해 색 재현력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BT2020, DCI-P3, Adobe RGB 등 3개 기준에서 모두 100% 컬러 인증을 받았고, OLED에 적용한 알파11 AI 프로세서와 화질 엔진 철학을 LCD에도 이식했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LCD 시장 안에서 LG만의 프리미엄 포지션을 다시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2026년형 올레드 TV 신제품'./사진=김희연 기자

이어 최근 가시화된 TCL과 소니의 TV 사업 협력 공세에도 프리미엄 TV OLED 쪽에서는 ‘초격차’ 유지 의지도 분명히 했다.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은 신제품 발표회에서 TCL의 제조 역량과 소니의 화질 제어 기술 결합 가능성에 대해 “일정 부분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면서도, “LG전자는 자체 칩셋과 더 많은 임상 데이터, 그리고 알고리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49.7% 점유율을 기록했고, 삼성전자와 소니는 각각 30.7%, 8.7%였다.

다만 이제 경쟁의 축은 하드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전망이다. TV 사업의 생존 조건이 이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에 따르면 webOS 기반 TV의 누적 판매량은 2억대를 넘어섰고, 월간 활성 사용자도 1억 3천만명 수준이다. 자체 OS를 기반으로 광고와 콘텐츠, 추천 서비스 수익을 축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삼성 TV 플러스’도 월간 이용자 1억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TV 산업이 제품 중심에서 플랫폼·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성장 정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삼성과 LG는 각각 타이젠OS와 webOS를 쓰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구글·아마존 등 외부 OS를 활용해 수익 배분 구조상 불리하다. 결국 중국 업체들이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한국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과 자체 플랫폼이라는 두 축으로 맞서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AI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LG전자는 이번 신제품에 코파일럿, 제미나이, 챗GPT 기반 검색과 추천 기능을 접목하고, 생성형 이미지·음악 기능까지 추가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동시에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청 시간이 늘어나면 광고 노출과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TV 시장의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더 좋은 화면을 만드느냐”에서 나아가 이제는 "얼마나 오래 붙잡고, 그 시간에서 수익을 만들어내느냐"의 싸움으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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