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벨기에 브뤼셀 본부 앞에 서있는 EU기.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차기 장기예산안(2028~2034년)을 놓고 프랑스와 독일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프랑스는 경제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충분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독일 등 6개국은 상당 규모의 예산 삭감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7년간의 장기 예산안으로 약 2조유로(약 3011조원) 규모를 제안했다. 이는 2021~2027년 장기 예산 약 1조2000억유로보다 60%가량이 늘어난 규모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은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과 함께 차기 장기예산안에서 수천억유로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EU 예산에 내는 분담금이 지원받는 금액보다 많은 순기여국이다. 이들 국가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긴축에 나선 상황에서 EU 예산만 대폭 늘리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EU 2위 경제국이자 예산 순기여국인 프랑스는 ‘유럽이 직면한 안보·경제적 도전에 대응하려면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며 반대 뜻을 나타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는 야심 찬 유럽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 등 EU의 핵심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훨씬 더 강력한 유럽 예산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프랑스도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프랑스 유력 대선 후보인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국가채무 감축을 위해 프랑스의 EU 예산 분담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남부·중부·동 유럽 17개국이 ‘결속 정책 우호국(Friends of Cohesion)’이란 연합체를 구성, 농업과 지역 개발 지원금 확대를 요구하면서 예산 협상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올 크리스마스까지 합의를 도출한다는 EU 목표와 반대로 회원국 간 입장 차에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는 이날 이견을 좁히기 위한 수정 예산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치열한 협상이 벌어 것으로 보인다. EU가 법정 시한인 2027년 말보다 1년 앞서 합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선거가 자리하고 있다. 내년 프랑스 등에서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협상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한 점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회원국들의 재정 부담을 이기 위한 새로운 세입원 확보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경우 대기업 과세와 전자폐기물 부담금, 담배 관련 세금 인상 등을 제안했다. 유럽의회는 거대 디지털 기업과 온라인 도박에 대한 과세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이 새로운 세금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재원 마련을 둘러싼 진통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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