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일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등을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가 적막하다. [연합뉴스]
- 전문가, “북한 목함 지뢰 여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 군 조사 미적대는 이유 납득 어려워”
- 軍, “위험한 지역, 안전대책 강구 중… 2015년 北 목함지뢰 지역과 상황 전혀 달라”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장병들이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지 사흘이 지났다. 그러나 군당국은 여전히 폭발한 지뢰의 종류와 매설 주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사고 현장이 위험한 지역이라 조사가 늦어진다”는 안이한 해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작전 중이던 대대장과 부사관들이 쓰러졌음에도, 군 수뇌부가 위험을 핑계로 원인 규명을 지연시키는 태도는 국민과 장병 가족의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안보 무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규정 장구 착용했는데도 발목 절단… “북한 목함지뢰 가능성”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경기 파주·연천 일대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수색대대장(중령)과 부사관 2명이 지뢰 추정 폭발로 중상을 입었다. 장병들은 지뢰 방호복과 덧신 등 규정된 안전 장구를 모두 착용했으나, 첫 번째 폭발에 이어 동료를 구하러 가던 중 두 번째 폭발이 연이어 발생하며 대대장이 발목을 잃는 참극을 맞았다.
군 안팎에서는 피해 장병들의 부상 상태로 볼 때, 과거 우리 군이 사용하던 소형 발목지뢰(M14)보다 폭약량이 월등히 많은 북한군의 목함지뢰(PMD-57)나 대인지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군이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고의로 매설했거나, 올해 집중호우 때 남측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위험해서 조사 못 한다”는 군… 현장 보존·증거 인멸 우려 고조
문제는 군의 사후 대응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대대적인 현장 조사와 파편 수색을 통해 도발 주체를 규명해야 함에도, 군은 합동 현장 조사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는 등 늑장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빗물에 화약 흔적이 씻겨 나가거나 북한군이 야간을 틈타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군은 이에 대해 “사고 지역이 군사분계선에 극도로 인접한 미개척 위험 지역이어서 조사 요원들의 안전 확보와 모의 훈련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4일 밤 언론 공지를 통해 “합참차장을 중심으로 현 상황 관련 TF를 구성해 작전부대와 유관기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합동 현장조사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합참은 2015년 북한 목함지뢰 사건 당시에는 당일에 현장조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 목함지뢰 도발 지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합참은 “2015년 지역은 비무장지대 내에서 우리 군이 수시로 드나드는 안전이 확보된 지역이었다”며 “반면 이번 상황 발생지역은 군사분계선(MDL) 근접지역으로, 유엔사와 현장 확인을 위해 우리 작전병력들이 지뢰탐지기를 활용해 처음으로 수색로를 개척하다가 폭발 상황이 발생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또한 지난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상자 장구류, 화약흔 채취 거즈와 부상자 수술 시 제거된 파편 등의 정밀 감정을 의뢰했으며, 내주 중 1차 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발 원인을 한 점 의혹없이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며 “향후 확인된 사실을 국민 여러분께 투명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복을 입은 장병들이 적의 지뢰 위협에 노출되어 작전을 수행하다 쓰러졌는데, 정작 조사를 해야 할 군 수뇌부가 ‘위험’을 이유로 몸을 사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군이 추석 연휴 이후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다면서, 북한군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는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 초기 발표 은폐·축소 의혹까지… ‘북한 눈치 보기’ 지적 피할 수 없어
군의 우왕좌왕하는 행태는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군은 사고 첫날 언론에 “북한 지뢰 매설 지역과는 거리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현장 제보가 잇따르자 이튿날 “MDL에 근접한 지역”이라며 말을 바꿨다. 폭발이 두 차례 발생했다는 사실과 수색대대장이 직접 투입된 구체적인 작전 배경도 뒤늦게 마지못해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군이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경계 실패나 대북 악재가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내놓고 있다. 2015년 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현장 TOD 영상을 즉각 공개하고 북한의 소행임을 명명백백히 밝혔던 조치와 비교하면, 이번 군의 대응은 정무적 눈치 보기에 급급해 진상 규명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현철 기자(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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