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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DIMF 제작지원작 ‘더 해피 프린스’ 제작자 이국희 대표 “마음 속 질문 하나 남기는 작품 만들고 싶어”

호화로운 궁전에서 살던 왕자는 무대 위 동상이 되고 나서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본다.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가난과 슬픔, 고통과 불행까지.

DIMF 제작지원작 ‘더 해피 프린스’ 제작자 이국희 대표 “마음 속 질문 하나 남기는 작품 만들고 싶어”

극단 온누리 이국희 대표. 온누리의 창작뮤지컬 ‘더 해피 프린스’가 2026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쇼케이스 제작지원작에 선정됐다. 유채현기자

호화로운 궁전에서 살던 왕자는 무대 위 동상이 되고 나서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본다.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가난과 슬픔, 고통과 불행까지. 왕자는 자신의 몸에 붙은 금과 보석을 하나씩 떼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고, 먼 나라로 떠나려던 제비는 왕자의 헌신적인 사랑을 깨닫고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더 해피 프린스’는 나눔과 공감의 가치를 담아낸 가족뮤지컬이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타인의 아픔을 바라보고 함께 나누는 마음에 집중한 작품으로, 공연을 본 뒤 관객 스스로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더 해피 프린스’는 최근 열린 2026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에서 쇼케이스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을 제작한 극단 온누리 이국희 대표를 만나 작품에 담은 메시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연극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 대표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대구지회장을 맡아 아동·가족극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뮤지컬 제작 자체보다 가족극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는 “아동극이라고 하면 아이들만 보는 공연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고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극을 만들고 싶었다”며 “가족 모두가 같은 질문을 공유하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작품의 중심에는 ‘나눔’이라는 가치가 있다. 행복한 왕자가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작의 메시지를 오늘날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 대표는 “왕자가 세상을 바라보며 타인의 아픔을 처음 알게 되는 것처럼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나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으면 한다”며 “좋은 공연을 봤다는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질문 하나를 남기는 작품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딩공연에서는 과감한 덜어내기를 선택했다.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기보다 작품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핵심 요소만 남겨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표는 “30분 안에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이후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리딩공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이러한 선택이 작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작전이 통한 듯, 공연을 마치자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음악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넘버와 배우들의 음색이 작품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가 꼽은 대표 넘버는 왕자의 솔로곡 ‘이제야 보이는데’와 제비의 노래 ‘세상은 아름다워’다. “‘이제야 보이는데’는 왕자가 세상의 현실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담은 노래입니다. 반면 ‘세상은 아름다워’는 제비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두 곡이 대비를 이루면서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쇼케이스에서는 음악뿐 아니라 무대와 시각적 연출도 보강할 예정이다.

다만 제한된 제작비 안에서 무대, 의상, 조명 등 공연 요소를 모두 구현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이 대표는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은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극단 온누리에게 이번 쇼케이스는 작품의 완성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멘토링 과정을 거쳐 작품을 더욱 발전시켜 DIMF 창작지원사업과 전국 공연으로 이어지는 작품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선정은 이 대표에게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뮤지컬을 꾸준히 제작해온 팀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큰 기대보다는 작품을 발전시킬 기회를 얻는 데 의미를 뒀다.

그는 “쟁쟁한 팀들이 많아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품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선정돼 놀랐다”며 “기쁘면서도 오랫동안 뮤지컬을 준비해 온 팀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창작뮤지컬 생태계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DIMF 뮤지컬아카데미와 인큐베이팅사업을 통해 작곡가와 연출, 배우 등 창작 인력이 성장하고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창작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대구가 뮤지컬 도시라는 인식도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앞으로 지역 창작자들이 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계속 확대되길 바랍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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