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 [출처=DB그룹]
DB하이텍 경영진의 고액 보수 지급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지배주주 일가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은 주주대표소송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핵심 쟁점이던 보수 산정 기준 논란도 책임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조정민 부장판사)는 27일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이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함께 일부 원고에 대해서는 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분쟁은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가 아닌 상태에서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다는 점에서 촉발됐다. 원고 측은 두 사람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238억 원의 보수를 받은 데 이어, 같은 기간 배당으로 302억 원을 확보하며 회사 수익을 사실상 중복으로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오너 일가에게 고액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결정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대표이사 전결로 이뤄졌다"는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같은 결정이 경영진의 재량권 남용이나 불법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보수 산정 기준 부재’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액주주 측은 회사 내부에 임원 보수를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결과적으로 특정 인물에게 유리하게 보수가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등기임원 구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등기이사는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미등기임원은 이러한 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 결정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구조가 사익 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러한 문제 제기만으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 규정과 의사결정 절차가 일정 수준 충족됐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창업회장 등 오너일가가 각고의 노력 끝에 반도체 사업을 성공시킨 그간의 공로를 인정한 것 아니겠는냐"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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