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이례적 첫 사과
성장·혁신의 원년 선언
CJ제일제당 제19기 정기주주총회. 24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CJ제일제당 제1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CJ제일제당)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1953년 부산 피란지 설탕공장에서 출발해 ‘문화 제국’으로 확장된 CJ그룹의 뿌리인 CJ제일제당이 주주총회장에서 고개를 숙였다. 담합 의혹 속에 공식 사과에 나선 CJ제일제당은 ‘관행과의 단절’과 ‘미래 전략 전환’을 동시에 선언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제1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밀가루·전분당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인사말을 대독하며 “최근 당사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는 밀가루와 전분당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윤 대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끊고 회사 시스템과 문화를 밑바닥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2026년을 ‘성장과 혁신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톱티어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글로벌 전략제품 GSP 중심 성장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확대 AI 기반 업무 혁신 비핵심 자산 유동화다.
국내는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온라인 CVS 창고형 채널 확대를 통해 유통 구조를 재편한다. 해외는 권역별 맞춤 전략을 통해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고령화와 웰니스 트렌드에 대응해 헬스케어 사업을 육성하고 전 사업 영역에 AI와 디지털 전환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적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27조 3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 2336억원으로 15.0% 감소했다. 바이오 업황 부진과 원가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 사업은 사료용 아미노산 중심 구조를 효율화하고 신규 사업 모델을 통해 수익 기반을 재정비한다. 동시에 운전자본 관리와 투자 효율화를 통해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한다. 전 사업 영역에 AI와 디지털 전환을 적용해 생산성과 비용 구조를 함께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재무 전략도 병행된다. 비핵심 자산 유동화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현금 창출력을 높이고 재무 구조를 강화한다. 2026년까지 3개년 배당 정책을 도입하고 배당 성향과 분기 배당 비중을 확대한다. 연간 배당금은 보통주 6000원 우선주 6050원으로 유지된다.
CJ제일제당 CI. (제공: CJ제일제당)
CJ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영 등 주요 계열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룹의 출발점인 CJ제일제당이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제일제당 없이 오늘의 CJ가 있었겠느냐’는 인식은 그룹 내부에서 상징처럼 통한다. 1995년 이재현 회장드림웍스 투자와 1998년 외환위기 속 CGV 1호점 개관 역시 식품 사업에서 축적된 현금흐름이 기반이었다는 평가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성장 정체 국면에서 실적 압박이 누적되며 판단의 균형이 흔들렸고 성과 중심 문화 속에서 리스크 신호가 공유되지 못한 채 중간 관리층에서 정보가 축소 전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도를 앞세운 성장 과정에서 내부 점검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반성도 이어진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윤석환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은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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