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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야! 나랑 놀자!] 6개 병원 데이터를 한 곳에…'HDAP'가 대구 미래다

세바는 2019년 ARC(Accelerate, Redesign, Collaborate) Innovation Center를 설립하며 병원 자체를 스타트업의 실증 공간으로 만들었다. 헬스 의료 AI와 헬스 의료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세바 병원 내부에 사무실을 두고, 실제...

[AI야! 나랑 놀자!] 6개 병원 데이터를 한 곳에…'HDAP'가 대구 미래다

헬스케어 데이터 얼라이언스 플랫폼

대구 헬스 의료 AI로 ‘경제의 심장’ 뛰게 해야

의료 데이터로 성공한 도시

미국의 옛 철강도시 피츠버그

헬스케어 AI 중심지로 재탄생

이스라엘 세바, 디지털 병원 전환

병원을 스타트업 실증 공간으로

두 도시의 공통점은 ‘데이터’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 출발점

대구가 더 유리하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의료센터(UPMC) 어린이 병원.

거의 반세기다. 대구의 경제적 존재감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 ‘섬유산업의 밀라노’. 박물관 문패로만 남았다. ‘AI 수도’. 공허한 슬로건이다. 인구 235만 명, 넷 중 한 사람이 65세 이상이다. 청년이 떠난 도시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대구의 쇠락은 전략의 부재에서 시작됐다. 혁신도시, 알파시티, 첨단의료복합단지. 노력은 했다. 그러나 대구 시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닿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경제를 읽는 리더도, 체계적인 전략도 없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본질이다. AI와 로봇을 외치지만, 그 범위는 너무 광활하다. 판교는 소프트웨어·AI를, 광주는 무인자율주행·로봇을 택했다. 어느 도시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택했고, 볼보는 트럭을 택했다.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대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헬스 의료 AI와 헬스 의료 로봇. 다른 어떤 도시도 넘볼 수 없는 이 두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미 두 도시가 이미 증명했다. 미국 피츠버그와 이스라엘 세바가.

◇의료 데이터로 성공한 도시 ① 미국 피츠버그

피츠버그는 인구 250만 명의 구 철강 도시다. 1970~80년대 철강 산업이 무너지면서 도시 경제 전체가 침몰했다. 그 피츠버그가 오늘날 미국 헬스케어 AI의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병원(UPMC), 공학대(카네기멜런대), 의과대(피츠버그대)가 삼각 동맹을 맺고, 병원에 쌓인 1억 5천600만 건의 임상 데이터를 헬스 의료 AI 산업의 원료로 전환했다.

UPMC는 이 데이터를 정제·표준화해 외부 기업들에게 개방하는 데이터 플랫폼 Ahavi™를 구축했다. 병원이 데이터를 파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파는 것이다. UPMC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상업화 전담 조직 UPMC Enterprises를 설립해 플랫폼 기반 창업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이 생태계에서 탄생한 헬스 의료 AI 기업 Abridge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임상 문서를 자동 작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25년 두 차례 투자를 유치해 5억 6천500만 달러를 모으며 기업가치 53억 달러(약 7조 2천억 원)에 도달했다. 이 한 기업이 피츠버그 전체 창업 기업 투자액의 38%를 차지했다.

‘몰락한 철강의 도시’ 피츠버그는 데이터와 AI를 동력 삼아 ‘헬스케어 AI의 성지’로 거듭났다. 쇠락한 섬유 산업의 역사를 딛고 메디시티로 도약하려는 대구, 그리고 피츠버그와 닮은꼴인 235만 대구 시민의 저력이 이 일을 못 해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의료 데이터로 성공한 도시 ② 이스라엘 세바

이스라엘 세바 메디컬 센터는 다른 경로로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 세바는 2026년 뉴스위크 세계 병원 순위 7위, 중동 최대 병원이다. 세바가 특별한 것은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2004년부터 완전 디지털 병원으로 전환해 20년치 전자 임상 데이터가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다.

세바는 2019년 ARC(Accelerate, Redesign, Collaborate) Innovation Center를 설립하며 병원 자체를 스타트업의 실증 공간으로 만들었다. 헬스 의료 AI와 헬스 의료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세바 병원 내부에 사무실을 두고, 실제 환자 데이터와 의료진에 직접 접근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임상 검증을 받는다. ‘세바에서 검증됨(Clinically Validated at Sheba)’이라는 인증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의 통화가 된다.

ARC 설립 6년 만의 성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ARC 생태계에서 활동하며, 누적 투자 유치 10억 달러, 생태계 평가액 42억 달러(약 5조 7천억 원)를 기록했다. 연간 2~3개 기업이 매각·상장됐으며, 2024년 단 두 건만으로 8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를 창출했다.

독립 창업 기업은 연간 2개에서 20개로 늘었다. 대표 기업 Aidoc는 헬스 의료 AI로 전 세계 1천200개 이상의 병원에 영상의학 판독 보조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바는 이제 자신의 혁신 모델 자체를 시카고, 런던, 멜버른, 보스턴에 수출하고 있다. 병원이 플랫폼이 됐고, 플랫폼이 도시 경제를 바꿨다.

◇두 성공 사례의 공통 법칙

두 도시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법칙이 있다. 첫째, 데이터가 먼저다. 수조 원짜리 설비도 나중이었다. 병원에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개방하는 플랫폼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둘째, 병원이 실증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병원 안에서 의료진과 함께 개발하고 검증한다. 셋째, 병원이 투자자가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병원이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그 수익이 병원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규모가 임계점을 넘으면 자석이 중력으로 전환된다. 피츠버그는 UPMC·CMU·Pitt의 삼각 동맹이 그 임계점이었고, 세바는 100개 기업의 집적이 그 전환점이었다. 중력 단계에 접어들면 더 이상 기업을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경쟁자가 이미 거기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대구가 더 유리하다

반경 10km 안에 6개 상급 종합병원과 4개 의과대학이 집중된 도시는 전 세계에서 대구가 거의 유일하다. 경북대병원, 영남대의료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이 여섯 병원이 매년 생성하는 임상 데이터는 500만 건을 훌쩍 넘는다. 수술 영상과 병리가 결합된 암·종양 데이터, 20년치 만성질환 전자의무기록, 희귀질환 진단 사례들. 글로벌 헬스 의료 AI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바로 그 데이터가 대구에 있다.

헬스 의료 로봇도 마찬가지다. 재활 로봇, 수술 보조 로봇, 돌봄 로봇은 임상 데이터로 훈련하고 임상 환경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반경 10km 안에 6개 상급 병원이 있다는 것은, 헬스 의료 로봇의 실증 공간이 이미 존재한다는 뜻이다.

피츠버그는 단일 시스템 UPMC에서, 세바는 단일 병원에서 출발했다. 대구는 6개 독립 병원의 다원화된 데이터 풀이 가능하다. 어느 단일 병원에도 종속되지 않는 중립적 플랫폼. 이것이 대구만의 비교 우위다. 성형·미용 임상 데이터까지 더하면 피츠버그도 세바도 갖지 못한 특화 데이터셋이 형성된다. 의료 관광도 산업이 된다.

그러나 대구의 병원들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되, 서로 연결되지 않고 각자의 서버에 잠들어 있다. 표준화되지 않았고, 접근 경로는 복잡하다. 개별 병원의 의지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구조적 장벽이 있다. 의료 데이터는 있지만, 의료 데이터 경제는 없다. 이것이 지금 대구의 현실이다. 그 장벽을 허무는 것이 대구 리더십의 몫이다.

◇대구의 답-HDAP(Healthcare Data Alliance Platform)

해법은 명확하다. 피츠버그의 PHDA처럼, 세바의 ARC처럼, 대구 6개 병원이 데이터 동맹을 맺고 HDAP(Healthcare Data Alliance Platform)를 구축해야 한다. 암·종양, 대사질환, 응급·외상, 희귀질환, 재활·고령, 임상시험 등 6개 특화 영역으로 타깃화한 임상 데이터를 통합·정제·표준화하고, 헬스 의료 AI와 헬스 의료 로봇 기업들이 바로 접속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1단계 시작에는 6개 병원 업무협약과 200억 원이면 충분하다. 대구시 연간 예산의 0.5%도 안 되는 돈이다. AI 제조 단지의 수조 원과 비교하면 거의 공짜에 가깝다. 데이터 정리 플랫폼은 초고성능 연산 설비가 아니다. 기존 병원 전산 인프라와 중형 서버로 운영 가능하다. 전력 문제도, 환경 부담도 없다.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데이터가 있는 곳에 기업이 온다. 기업이 오면 창업이 따라온다. 헬스 의료 AI 기업 옆에 의료기기 인증 전문 법인이 들어서고, 헬스 의료 로봇 기업 옆에 임상 코디네이터 양성 기관이 생긴다. 데이터 보안, 클라우드 인프라, 의료 AI 검증 시스템 등 연관 산업이 복합센터 주변에 형성된다.

4개 의과대학과 DGIST가 만나는 접점에서 의사·공학자·데이터 과학자가 팀을 이룬다. 판교로 떠났던 대구 청년이 대구에서 창업하는 도시, 서울의 헬스 의료 AI 기업이 대구로 이전하는 도시, 세계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이 대구 데이터를 사기 위해 입주하는 도시. 그것이 HDAP가 만드는 대구의 미래다.

피츠버그가 철강의 기억을 넘어 헬스 의료 AI의 도시가 됐듯, 대구는 섬유의 기억을 넘어 헬스 의료 AI와 헬스 의료 로봇의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피츠버그는 철강에서 헬스 의료 AI로 전환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세바는 ARC 설립 6년 만에 42억 달러 생태계를 만들었다. 두 도시가 이미 성공했다. 지도가 있고 길이 있다. 대구는 이 길을 알면서도 따라 가지 않을 것인가.

이제 대구는 ‘정치의 심장’이 아니라 ‘경제의 심장’을 뛰게 해야 한다. 의료 데이터라는 혈류만 연결하면 된다. 지금 대구에게 필요한 것은 공허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메디시티 ‘집도의’다.

글=김종갑 대신대학교 교양학과 특임교수·(인천)재능대학교 유통상품기획과 특임교수·출판사 ‘오후의 글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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