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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고소·캠페인까지 꺼냈지만…게임 '핵' 왜 안 사라지나

카카오게임즈도 최근 불법 이용 행위 패턴을 탐지하는 AI 기술을 새로 도입했다. 각사 대응 방식이 다른 것은 불법 행위 양상이 장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FPS 중심 크래프톤이 하드웨어 레벨 탐지와 음성 채널까지...

AI·고소·캠페인까지 꺼냈지만…게임 '핵' 왜 안 사라지나

챗GPT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챗GPT]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불법 프로그램, 일명 '핵' 근절을 위해 인공지능(AI) 탐지, 형사 고소, 이용자 클린 캠페인까지 총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술 대응이 고도화될수록 불법 프로그램도 정교해지는 가운데 현행 법제도의 공백이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AI에서 형사 고소까지…각사 대응 현황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에 자체 안티치트 솔루션 '자킨토스'를 운영하는 한편 커널 드라이버·DMA(Direct Memory Access) 기반 탐지를 추가 도입해 제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 채팅을 통한 불법 프로그램 홍보까지 차단하기 위해 AI 음성 인식 탐지 시스템을 개발, 올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중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약 781만 개 계정에 영구 이용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엔씨소프트는 AI 탐지, 게임 내 실시간 제재, 형사 고소를 함께 운용하는 대표 사례다. 리니지M에 AI 기반 탐지 모델 3종을 도입했고, '쓰론 오브 리버티(TL)'에서 AI NPC '심안의 기사'를 시작으로 리니지 클래식에도 핵 사용자를 실시간 추적·제거하는 '경비병' NPC를 필드에 배치했다.

'리니지 클래식'은 출시 보름 만에 누적 매출 400억원, 최대 동시접속자 32만명을 기록하며 흥행했으나 곧바로 매크로 문제가 불거졌다. 엔씨소프트는 출시 이후 제재·인증조치·감옥이동 등 비정상 플레이 계정에 대한 각종 조치를 지속적으로 단행해 19일 기준 약 362만개 계정에 조치가 이뤄졌다.

'아이온2'에서는 법적 대응도 병행했다. 불법 매크로 이용자 1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계정 제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19일 기준 125차 제재까지 누적 137만2512개 계정에 이용 제한이 적용됐다.

넥슨은 게임핵 대응팀과 AI 조직 인텔리전스랩스가 협업해 어뷰징 패턴을 탐지하는 솔루션 'LBD(Live Bot Detector)'를 운영 중이다. 넷마블은 게임 로그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단순 메모리 변조가 아닌 이상 행동 패턴 자체를 감지하는 방식을 채택, '뱀피르'·'RF 온라인 넥스트'·'레이븐2' 등에 적용 중이며 오는 4월 24일 출시 예정인 '솔: 인챈트'에도 탑재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최근 불법 이용 행위 패턴을 탐지하는 AI 기술을 새로 도입했다.

각사 대응 방식이 다른 것은 불법 행위 양상이 장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FPS 중심 크래프톤이 하드웨어 레벨 탐지와 음성 채널까지 범위를 넓힌 반면 MMORPG 비중이 높은 넷마블이 행동 패턴 이상 탐지에 집중하는 것은 각사 서비스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캠페인·자경단까지 등장했지만…법이 막힌다

게임사들은 클린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에서 신고 참여 이용자에게 넥슨캐시(1만~10만원 상당) 등을 지급하며, 엔씨소프트는 이달 25일까지 리니지 클래식에서 클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제재 건수를 대외에 공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정행위 시도자에게 경고를 전달하는 동시에, 기존 이용자에게 게임사가 환경 개선에 임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는 전략적 목적이 깔려 있다.

그러나 공식 대응의 한계를 느낀 이용자들이 직접 나서는 '자경단'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매크로를 잡지 못하니 이용자가 직접 방법을 찾겠다며 자구책에 나선 영상 콘텐츠가 수십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리니지 클래식은 다른 플레이어를 일정 수준 이상 공격하면 캐릭터 이름이 붉게 변하는 '카오틱' 시스템이 있어 정상 이용자가 작업장을 직접 공격하기 어렵다. 이용자들은 대신 게임 내 펫을 앞세워 매크로 캐릭터를 간접 제거하거나 사냥터 길목을 틀어막아 작업장만 차단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수동 사냥 중심의 하드코어 게임 특성상 작업장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사냥터를 점령하면 일반 이용자는 자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대량으로 쏟아지는 재화 탓에 아이템 가치도 하락한다. 성실히 플레이한 이용자일수록 박탈감이 크다. 이 현상은 공식 제재 체계가 현장의 불편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술·캠페인 대응의 공통된 한계는 계정 정지 후 재가입이 가능한 구조에 있다. 이를 막을 법적 억지력이 없다는 점이 근본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은 불법 프로그램의 제작·배포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어 이용자에 대한 별도 처벌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일부 게임사가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이용자를 고소하는 것은 이 같은 게임산업법의 공백을 우회한 방식이다. 제재 수위도 1년 이하 징역·1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쳐, 수천만~수억원을 벌어들이는 불법 유포자를 억제하기에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이용자 제재 조항 신설과 함께 불법 프로그램 제작·유통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 '1년 이하 징역·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양문석 민주당 의원도 "불법 프로그램 개발자·유통자만 잡았는데, 이제는 이용자도 규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석 의원은 2025년 5월 이용자 처벌 근거를 담은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을 직접 대표 발의하기도 했으나, 적용 범위 논란이 불거지며 결국 철회됐다.

현재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논의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 개정안에는 불법 프로그램을 상습적으로 사용해 다른 이용자의 게임 이용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이용자를 직접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잉입법이라는 반론도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남아 있다. 불법 작업장 대부분이 VPN과 도용 개인정보를 활용한 해외 조직이라 국내 입법만으로는 실효적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용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 근거가 명확히 마련돼야 실효적 억제가 가능하다"며 "탐지해서 정지시켜도 재가입하면 그만인 현실에서는 법적 비용이 충분히 높아져야 근본적인 억지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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