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모두 AI 전환이 2026 생존 키워드
통신·제조·IT서비스 할 것 없이 'AX 올인' 선언
지난 2월달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열린 국빈 만찬에 합류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통신·IT서비스·제조·에너지까지, 국내 주요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기업 운영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 잇따른다.
◇4대 그룹 총수, 모두 AX 진두지휘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AI 전환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방향과 강조점은 다르지만, AX를 최고경영자가 직접 이끌어야 할 핵심 과제로 규정했다는 점은 공통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1월 사장단 만찬에서 AX 대응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AI 종합 IT 기업'을 목표로 내걸고 연간 신제품 5억 대 중 4억 대에 AI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축도 로봇·공조·전장·메디컬 테크놀로지로 넓히며 AX를 제품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직결시키는 모습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과 AX 가속화 전략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LG AI연구원의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토론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하고 핵심 키워드를 도출했다. AI를 발표용 구호가 아닌 경영 프로세스 안에 직접 넣은 셈이다. LG는 이를 바탕으로 설계·생산·마케팅 전 과정의 구조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6년 경영 목표에서 AX를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설정하고 기업 내부 혁신을 넘어 정부·제도·산업 생태계까지 포함한 판 전체의 확장을 강조했다. SK는 '에이닷 비즈' 확대 등을 통해 일상 업무에 AI를 내재화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 효율화보다 '일하는 방식 전체의 전환'에 가까운 접근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AI 중심의 산업 변화를 오히려 성장 기회로 규정하고 고객 관점의 체질 개선과 민첩한 의사결정을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자율주행·로보틱스·수소를 묶어 미래 모빌리티 체계로 밀고 있다. CES 2026에서도 이 방향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차의 AX는 제조 혁신을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 전환과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그룹과 결을 달리한다.
◇SI 3강, 주총서 AX 청사진 공개
=국내 대형 IT서비스 기업들도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AX 전략을 잇달아 공개했다. 삼성SDS·LG CNS·SK AX가 방향성은 같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게 나뉜다.
삼성SDS는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이준희 사장은 지난 18일 주총에서 "올해는 AI와 클라우드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며 전략적 M&A를 중장기 성장 수단으로 제시했다. 약 6조4000억원의 현금 보유고를 활용해 구미 AI 데이터센터, 국가 AI 컴퓨팅센터, 동탄 데이터센터 GPU 서버 투자를 추진한다. AX·AI 보안·GPU 인프라 기술 보유 기업과 물류 분야 국내외 전문 기업도 인수 후보로 물색 중이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K-피지컬 AI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로봇·AI·클라우드가 결합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LG CNS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현신균 대표는 24일 주총에서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로봇 관련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다양한 분야의 M&A 가능성도 열어뒀다. AI 데이터센터는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등 계열사와 역할을 나눠 추진하며 LG CNS는 설계·구축·운영(DBO) 분야를 맡는다.
SK AX는 결이 다르다. 대규모 설비 투자나 M&A보다 제조 현장의 AX 레퍼런스 확보에 우선순위를 뒀다. 최근에는 에이전틱 AI 기반 통합 브랜드 '엑스젠틱와이어(AXgenticWire)'를 공개하고 AX 사업 구조 재설계에 나섰다. 기존 기업용 AI가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어시스턴트' 역할에 집중했다면, 엑스젠틱와이어는 복수의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복잡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직접 수행하는 '자율형 에이전트' 방식을 지향한다.
차지원 SK AX CAIO(최고AI책임자)는 "AI가 업무를 돕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AI가 업의 본질을 바꾸는 단계로,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통신 3사, AI 네트워크 경쟁 총력전
=이동통신 3사도 AI 전환 경쟁에 돌입했다. 정부가 2030년 6G 상용화 로드맵을 확정한 가운데 차세대 통신망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 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모델·데이터센터·GPU 클라우드를 통합하는 '풀스택 AI' 전략을 택했다. 전국에 1기가와트(GW) 이상 규모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 'A.X K1'과 GPU 서비스를 결합해 인프라 자체를 사업화한다.
KT는 기업용 AI 운영체제 '에이전틱 패브릭'을 앞세웠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직접 생성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고객센터·공공기관 민원 처리·금융 상담 등에 적용한다. 통신회선 중심 매출 구조를 소프트웨어 기반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고객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로 승부한다. 구글 제미나이와 협력해 개발한 음성 특화 AI '익시오(ixi-O)'를 중심으로 통화 맥락 이해, 보이스피싱 탐지 등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투자 패턴도 달라졌다
=AX 흐름은 기업 투자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200개 기업의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액은 245조5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6825억원 줄었다. 반면 무형자산 취득액은 23조7301억원으로 4조4563억원 증가했다.
200곳 가운데 52곳이 유형자산 투자는 줄이고 무형자산 투자는 늘렸다. 무형자산 증가 폭이 가장 큰 상위 5개 기업은 삼성전자(2조2956억원), SK㈜(2405억원), ㈜두산(1090억원), 두산에너빌리티(1028억원), SK이노베이션(1010억원)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전통 제조 설비 중심에서 벗어나 AI·특허·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고수익 무형자산 기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수익화 경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에 걸맞은 수익 모델을 증명해야 미래 산업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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