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기사 대신 ‘홈테크 엔지니어’ 전환··· 설계·시공 결합한 기술직 재편
경력 없어도 지원 가능··· 4주 교육 거쳐 현장 투입, 기술직 진입 장벽 낮춘다
한샘 부엌 설치를 하고 있는 홈테크 엔지니어 모습./한샘
인공지능(AI)이 업무 자동화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가운데, 현장에서 직접 손을 움직여 결과물을 완성하는 기술직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거 공간처럼 개인 맞춤 요소가 강한 영역에서는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운 숙련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닌 설계 이해와 현장 대응 능력을 요구하는 직무가 늘어나면서, 기술직도 전문 엔지니어 영역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구·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인력 체계를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을 단순 설치 업무로 보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설계와 시공을 결합한 전문 직무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한샘은 최근 시공 인력 체계를 개편하며 기존 ‘시공협력기사’ 명칭을 ‘홈테크 엔지니어(Home Tech Engineer)’로 변경했다. 단순 조립이나 설치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설계 의도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기술 인력으로 역할을 재정의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시공 전문 자회사 한샘서비스를 통해 부엌과 욕실 분야 인력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고 있다.
이번 채용은 경력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숙련 기술을 갖춘 인력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입문 단계부터 교육을 통해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혔다. 현장 중심 산업에서 인력 수급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직무 성격도 기존과는 차이가 있다. 한샘이 정의한 홈테크 엔지니어는 단순 제품 설치를 넘어, 설계 도면과 디자인을 실제 공간에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거 공간 구조와 고객 요구에 따라 작업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현장 대응 능력과 정밀 시공 역량이 요구된다. 특히 부엌과 욕실은 배관, 마감, 수평 조정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영역으로 꼽힌다.
한샘 아카데미 방배에서 홈테크 엔지니어 교육생이 시공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한샘
이에 맞춰 직급 체계도 세분화됐다. 입문 단계인 ‘스탭’을 시작으로 숙련도에 따라 ‘프로’ 단계로 올라가는 구조다. 프로 직급 내부에서도 선임·책임·수석·명장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마련돼 있다. 단순 근속 연수보다는 기술 숙련도를 기준으로 성장 경로를 설정한 점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기술 인력들은 직무 특성상 경험 축적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일정 기간 이상 현장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이 쌓인다는 것이다. 특히 공간 구조가 각기 다른 주거 환경에서는 표준화된 작업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현장 판단력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신규 인력 교육 과정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구성됐다. 입문 교육은 약 4주간 진행되며, 기초 조립부터 마감 작업까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단순 교육장에서의 실습뿐 아니라 실제 현장 환경을 반영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현장 적응 기간을 단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샘아카데미 방배에서 홈테크 엔지니어 교육생들과 직원들이 시공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한샘
또한 교육 이후에도 단계별 보수 교육이 이어지는 구조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갖춘 이후에도 신제품, 신규 시공 방식 등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기존 인력의 역량 유지와 향상을 위한 장치로 보고 있다.
부엌 부문은 특히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수납 구조, 배선, 수평 조정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기 때문에 작은 오차도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분야 인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숙련도를 요구받는다는 평가다.
현장 관리자들은 기술 인력의 경력 경로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일정 기간 이후 관리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현장 전문가로 남아 장기간 활동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직 내에서도 기술직을 장기 커리어로 인정하는 구조가 점차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 맞춤형 시공 수요가 증가하면서,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이해하는 인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AI와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더라도, 현장 기반 기술직의 경우 완전한 대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인력 확대는 단순 채용을 넘어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요소로도 해석된다. 시공 품질이 고객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숙련 인력 확보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샘서비스 측은 기술 인력 확보와 교육 체계 운영을 통해 시공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에도 현장 중심 인력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술 인력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샘서비스 관계자는 “홈테크 엔지니어는 자신의 기술로 고객의 삶을 바꾸는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한샘의 56년 노하우를 이어받아 공간 전문가로 거듭날 열정 있는 인재들의 도전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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