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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철학과 현장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정주용의 혁신 벤처 생...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로봇 스타트업 ‘로보스(Robos)’가 개발한 도축 로봇이 이를 증명하는 사례다. 생명을 다루고 뼈와 살을 발라내는 도축장은 가장 원초적이고 거친, 이른바 ‘3D(Dirty, Dangerous, Difficult)’ 노동의...

AI 시대, 철학과 현장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정주용의 혁신 벤처 생...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AI 시대 철학과 현장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에 관한 AI 이미지.

새로운 가치는 언제나 양극단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경계에서 탄생한다.

생성형 AI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뒤흔드는 지금, 우리는 기술 발전의 최정점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첨단 기술이 진정한 파괴적 혁신과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은 어디일까? 역설적이게도 그곳은 기술의 대척점에 있는 ‘가장 깊은 사유의 영역’과 ‘가장 아날로그적인 산업 현장’이다.

첫째, 첨단 인공지능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고유한 ‘철학적 질문’과 융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코딩을 하며, 예술 작품까지 창작하는 시대다. 일을 ‘어떻게(How)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미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에게 남겨진 핵심 역량은 ‘왜(Why)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적 사유다.

기술은 우리에게 무한한 속도와 동력을 제공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철학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윤리적 고찰과 인문학적 깊이가 부재한 AI는 맹목적인 계산기에 불과하다. 2,400년 전 묵자의 실용주의와 장자의 유연함이 현대 경영의 화두로 다시 소환되듯, 가장 앞선 기술일수록 가장 오래된 인간의 지혜와 결합할 때 비로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잣대를 얻게 된다.

둘째, 인공지능의 진짜 파급력은 AI와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극단의 제조 현장’에서 폭발한다.

실리콘밸리의 쾌적한 랩(Lab)실에서 탄생한 알고리즘이 모니터 안의 챗봇에만 머문다면 그 가치는 절반에 그칠 것이다. AI의 진면목은 땀 냄새가 진동하고, 노동 집약적이며, 위험하기까지 한 전통 산업의 최전선(현장)에 접목될 때 드러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로봇 스타트업 ‘로보스(Robos)’가 개발한 도축 로봇이 이를 증명하는 사례다. 생명을 다루고 뼈와 살을 발라내는 도축장은 가장 원초적이고 거친, 이른바 ‘3D(Dirty, Dangerous, Difficult)’ 노동의 최전선이다. 첨단 인공지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극단의 공간이다.

하지만 바로 이 핏빛 현장에 AI 머신비전과 딥러닝 기반의 정밀 제어 로봇 기술이 투입되자 혁명이 일어났다. 비정형화된 생명체의 형태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숙련된 칼잡이의 궤적을 재현해낸 것이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열악한 작업 환경에 시달리던 도축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이 융합이야말로, 가장 아날로그적인 현실과 가장 디지털적인 기술이 만나 폭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 쾌거라 할 수 있다.

결국, 혁신은 양손잡이의 몫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단 기술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두 가지 극단적 과제를 동시에 안아야 한다. 한 손에는 인간 본성과 존재의 이유를 묻는 ‘깊은 철학’을 쥐고, 다른 한 손은 쇳가루와 짐승의 피가 얼룩진 ‘치열한 현장’을 깊숙이 어루만져야 한다.

모니터 앞의 매끄러운 텍스트를 넘어, 인간의 삶과 거친 현실의 묵은 과제들을 해결할 때 인공지능은 비로소 인류를 위한 진정한 가치로 치환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가 더 깊이 철학하고 삶의 현장 밑바닥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극단을 융합하는 자가 다가오는 미래의 혁신을 지배할 것이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He is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전 언론사 기자

·전 신영증권 기업 공개(IPO) 업무

·전 SK E&S에서 해외 투자 업무

·전 SV인베스트먼트 심사역

·현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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